HOME  >  미션라이프  >  겨자씨

[겨자씨] 한 푼도 안 들어
여러 해 전 독일에서 목회할 때의 일입니다. 신학 공부를 같이한 친구 목사가 목회를 하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를 찾아 말씀을 나눈 일이 있었습니다. 성악을 공부한 교우들이 많아 찬양이 기억에 남을 만큼 은혜로운 교회였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 나무 아래 차를 세워둔 친구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로마에는 참새가 얼마나 많은지 나무 아래 차를 잘못 세워두면 자기 차를 못 찾을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이야긴가 싶었는데, 잠깐 사이에 검정색 자동차 색깔을 흰색으로 바꿀 만큼 참새가 똥을 쌀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
입력:2019-06-11 11:05:01
[겨자씨] 좋은 사람, 좋은 교회
일본 오이타현 유후인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 여행 가려는 사람이 전문 가이드에게 좋은 료칸(일본의 전통숙소)을 소개해 달라고 했습니다. “유후인이라면, 나마노유 료칸이죠. 유후인에 그곳보다 좋은 곳은 없습니다. 그곳에 가면 꼭 미조구치 군페이씨를 찾으세요.” 추천대로 근사한 여행을 다녀온 그는 이번에는 멋진 산장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후지바야시씨가 있는 무라타 산장이 단연 최고입니다.” 그는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저는 좋은 숙소를 여쭤보는데 왜 항상 장소가 아닌 사람을 추천해주십니까.” &ldq...
입력:2019-06-10 11:05:01
[겨자씨] 미리 알고 막아주신다
미국 LA에서 초청잔치를 했을 때였습니다. 사람이 많이 왔습니다. 새신자들과 행복하게 식사하던 중에 갑자기 바닥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수도관이 터진 겁니다. 이번엔 머리 위에서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프링클러가 터진 겁니다.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고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차까지 들이닥쳤습니다. 초청잔치는 흐지부지 끝나고 교인들의 마음은 상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어제 저를 이곳까지 데려온 테크놀로지와 엔지니어링이 내일 나를 저곳까지 인도할 순 없습니다.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만드는 기술과 애굽의 지도는 광야에선 소용없습...
입력:2019-06-09 11:05:01
[겨자씨] 그리스도의 대사
유학생 시절, 미국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 교민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행사에 참여한 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관저의 만찬에 초대받았습니다. 총영사의 관저는 저택들이 모인 부촌에 있었고 정원과 응접실이 꽤 크고 좋았습니다. 승용차도 고급이었습니다. 대사나 총영사는 나라를 대표하므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하고 외빈들을 접대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라고 보좌관은 설명했습니다. 그때 사도 바울의 고백이 무슨 뜻인지 실감했습니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고전 ...
입력:2019-06-06 11:10:01
[겨자씨] 알 게 뭐야
똑같이 생긴 대형트럭 두 대가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앞차는 밀가루를 싣고 빵 공장으로 가는 중이었고 뒤차는 시멘트를 싣고 건설현장으로 가고 있었죠. 그런데 트럭 기사들이 휴게소에서 실수로 차를 바꿔 탔습니다. 뭔가 이상했지만, 기사들은 모두 ‘알 게 뭐야’라며 무심히 가던 길을 갔습니다. 트럭이 건설현장에 들어서자 시멘트를 내리기 위해 인부들이 다가왔습니다. 그들이 본 건 하얀색의 가루였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알 게 뭐야’라며 밀가루를 반죽해 집을 지었습니다. 빵 공장에 멈춘 기사가 본 건 분명 밀가루가 아니었습...
입력:2019-06-05 11:15:01
[겨자씨] 내 겨릿소가 되어다오
요즘이야 웬만한 농사일을 농기계가 다 하지만 예전에는 소가 큰 일꾼이었습니다. 논과 밭을 거반 소가 다 갈았지요. 소를 부리느라 골짜기마다 쩌렁쩌렁 울려대던 농부들의 호령 소리도 대단했습니다. 소는 부릴 때 한 마리가 일하는 것은 호릿소라 불렀고, 두 마리를 함께 부리는 것을 겨릿소라 불렀습니다. 겨릿소란 ‘겨리를 끄는 소’라는 뜻인데, 겨리는 ‘소 두 마리가 끄는 쟁기’라는 뜻이니까요. 험한 밭을 갈 때나 밭을 깊게 갈아엎을 필요가 있을 때는 대개 겨릿소를 부렸습니다. 겨릿소를 부릴 때는 일의 경험이 많은 안소와 일을 막 배우...
입력:2019-06-04 11:05:01
[겨자씨] 사나운 개
춘추시대 송나라의 술 장사꾼 장씨 이야기입니다. 그의 술 빚는 재주는 탁월했고 그의 성품은 누구에게나 친절했습니다. 게다가 정직하기까지 해서 술의 양이나 품질을 절대 속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의 주막에 술을 사러 오지 않았습니다. 공들여 빚었지만 팔리지 않은 술은 아깝지만 매번 버려야 했습니다. 도무지 이유를 몰라 답답하던 장씨는 마을에서 현명하다고 소문난 양천 어르신을 찾아갔습니다. “왜 제 주막은 장사가 되지 않을까요.” “혹시 자네 주막을 지키는 개가 사납지 않나.” “개가 사납기만 합니다만, 그것과 무슨 상관...
입력:2019-06-03 11:05:02
[겨자씨]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아빠도 힘든 일이 있을 땐 내 아빠가 보고 싶다. 내가 자는 척할 때엔 뺨을 비비며 “내 아들 별”이라 말해주고, 강아지를 선물하고 야구도 가르쳐주고, 성적이 나빴음에도 위로해 주셨다. 언제든 “아빠” 하고 부르면 달려와 해결해주던 분. 아빠만 옆에 있다면 세상 두려운 게 없었다. 아들아, 나는 아빠의 기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단다. 당장 눈앞에 문제가 있는데, 내용은 제대로 말하지도 않고 그냥 “아버지” 하고만 불러댔다. 마치 무한 반복재생 되는 녹음기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빠, 도와주세요” 하...
입력:2019-06-02 11:05:01
[겨자씨] 철문 뒤의 자유
전쟁만 하면 늘 승리하던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는 전쟁에서 이길 때마다 포로들에게 질문하곤 했습니다. 포로를 한 명씩 불러 거대한 철문 앞에 데려다 놓고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고 물어봤습니다. “너에게는 지금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다. 하나는 지금 내 손에서 총살당하는 것이고 하나는 저 거대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 철문은 너무나 거대하고 거칠고 무섭게 생겼습니다. 포로 중 99%는 철문 대신 총살형을 선택했습니다. 포로들은 거대한 문 뒤에 온갖 고문과 힘든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뿐 아니라 결국 죽음을 맞게 되리라 생각하는 ...
입력:2019-05-31 06:10:02
[겨자씨] 우리에게는 예수님이 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나이다.” 수군이 너무 약하니 포기하고 모두 육군에 합류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을 때, 이순신 장군이 왕에게 올린 장계에 들어있는 말이었습니다. 이순신은 명량해전에서 이 12척의 배로 왜선 130여척을 격파하는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이순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있었지만,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또 늘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거북선을 설계한 배 전문가, 화력 좋은 무기를 제작한 무기 전문가, 해류의 흐름을 잘 알았던 바닷길 전문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배 12척이면 충분했던 것이 ...
입력:2019-05-30 11:05:01
[겨자씨] 번스타인 리더십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은 실력만큼이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유명했습니다. 카리스마 넘쳤던 지휘자 헤르베르트 본 카라얀과 완전히 상반됐습니다. 연주자들을 존중했고 스스로 소리를 낼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평단과 관객은 그의 성품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의 지휘는 흡사 연기와도 같았습니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웠죠. 연주자들과 눈을 맞추며 지휘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지휘를 중단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번스타인은 종종 지휘봉을 왼손으로 옮겨 잡았습니다. 연주자들에게 모든 걸 맡긴다는 의미죠. 연주자들을 믿지 못하면 불가...
입력:2019-05-29 11:05:01
[겨자씨] 하늘 그물
책 ‘단순한 기쁨’을 읽다가 깊이 공감한 대목이 있습니다. 성전이 거룩한 이유는 성전의 외양을 장식하는 대리석의 화려함에 있지 않다고 합니다. 성전이 있어 그 주변에 집 없는 자가 없다는 것이 거룩함의 근거였습니다. 성전 주변에 배고픈 자가 없고 헐벗은 자가 없고 한뎃잠을 자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거룩함의 근거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우리말에 ‘든거지난부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가난해 거지 형편이면서, 밖으로는 부자같이 보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지요. 그런가 하면 ‘든부자난거지’라는 말도 있습니다. 실...
입력:2019-05-28 11:10:01
[겨자씨] 우분투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인류학자가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힘든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나무 옆에 두고 1등으로 도착하면 통째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게임방법을 듣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바구니를 향해 함께 달리기 시작합니다. 딸기 바구니에 도달한 아이들의 입안에는 딸기가 가득합니다. 모든 아이가 키득키득 재미있어 합니다. 인류학자가 묻습니다. “1등에게 과일을 모두 주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어?” 그때 아이들이 마치 합창이라도 하듯 한목...
입력:2019-05-27 11:05:01
[겨자씨] 인생이 풀린다
국내 한 교회에서 풀림 성회를 인도했습니다. 오모 담임목사님이 찬양을 인도하던 청년을 가리키며 자신의 아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 옆은 며느리인데 결혼한 지 한참 지났는데도 아기가 없다고 했습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 교회에 다니면서 애태우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집회 마지막 날 안수를 하는데 오 목사님이 제일 먼저 나오며 손자 태명을 ‘오풀림’으로 정했으니 기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직 임신도 안 됐는데 말입니다. 그러자 아들 부부가 펑펑 울면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저는 믿음으로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태가 열릴지...
입력:2019-05-26 11:05:01
[겨자씨] 실수도 훈련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내 인생을 치명적으로 만드는 큰 실수에서 그저 웃고 넘어갈 작은 실수까지. 그러면서 배웁니다. 때론 많은 손해를 감당하면서 더 깊이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신중해지고 성숙해집니다. 그렇게 살아온 부모들은 유독 자녀의 실수에 민감합니다. 그들은 “내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려고”라고 말하며 자녀에게 과도하게 개입합니다. 내가 실수해 보니, 너무 힘들고 아파서 내 자식에게만큼은 탄탄대로를 열어주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나 탄탄대로만 ...
입력:2019-05-24 05:55:01
[겨자씨] 가짜를 진짜처럼, 진짜를 가짜처럼
티베트로 단기선교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의 평균 고도는 해발 4000m입니다. 기압이 낮고 산소가 부족해 선교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말로만 듣던 라마불교 순례자를 봤습니다. 오체투지로 삼보일배를 하면서 순례하고 있었습니다. 오체투지는 양 무릎과 두 팔꿈치, 이마가 땅에 닿도록 완전히 엎드려서 절하는 것입니다. 그냥 걸어가기도 힘든 고원지대에서 티베트 사람들은 일생 한 번은 이렇게 수도 라싸까지 성지순례를 다녀와야 합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데 추위와 맹수들의 공격, 병으로 죽기도 하지만 그 모든 위험을 ...
입력:2019-05-23 11:05:01
[겨자씨] 발상의 전환
몇 해 전 러시아연방우주국이 속보를 전했습니다. 집채만 한 운석이 대기권을 지나 러시아의 한 지역으로 떨어진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뉴스를 들은 그 지역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습니다. 앞다퉈 피난을 가기 바빴습니다. 큰 소동이 벌어진 건 당연한 일이었죠. 그런데 한 청년이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나는 운석이 우리 집에 떨어지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운석은 광대하고 신비한 우주의 한 조각이다. 그런 운석이 집으로 떨어진다면 우리 집은 우주와 지구를 연결하는 신비로운 통로가 될 ...
입력:2019-05-22 11:05:01
[겨자씨] 꿈속에서도 마르면 안 되는 것
농사꾼치고 물 욕심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까요. 오죽하면 비가 ‘오신다’고 말하겠습니까. 물 도둑질은 세상이 다 아는 도둑질이라 했습니다. 착한 사람들이어서 다른 도둑질은 몰라도 물은 달랐습니다. 살갑게 살던 이웃끼리도 물을 두고는 목소리가 격해집니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보다 좋은 게 없다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고요. 써레질한 물은 형제간에도 안 나눈다고 했으니 농사꾼에게 물은 더없이 중요합니다. 농촌에서 목회할 때 마을 사람들의 수고를 배울 겸 다락논 서너 마...
입력:2019-05-21 11:05:01
[겨자씨] 천하제일관
만리장성 동쪽 끝 마지막 관문인 산해관의 ‘천하제일관’이라는 편액 글씨가 희미해져서 새로 쓸 명필을 구해야 했습니다. 유명세가 아닌 오직 글씨만으로 뽑는다는 소문에 중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서예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한 명이 뽑혔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산해관 옆 객잔에서 일하는 심부름꾼이었습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던 관료들은 그들 앞에서 글씨를 써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옆에 있던 걸레를 들어 먹물을 적시더니 단숨에 편액과 똑같이 ‘천하제일관’을 써냈습니다. 한 관료가 묻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
입력:2019-05-20 11:05:01
[겨자씨] 풀림의 하나님
일본 나가사키 성회 경험입니다. 한 사람씩 축복기도하고 있을 때 ‘저 남자를 무대 위로 올려 기도하라’는 마음이 임했습니다. 남자는 목발을 짚고 있었습니다. 제가 잘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뒷일은 하나님께 맡기고 일단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의 목발은 밑에 두고 남자만 무대 위로 들어올렸습니다. 남자는 저를 붙든 채 간신히 서 있었습니다. 저는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걸으라”고 선포했지만, 변화가 없었습니다.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당신이 안 걸으면 내가 걷는다’ 생각하며 손을 잡아끌었습니...
입력:2019-05-19 11:05:01
[겨자씨] 이혼 가정을 위하여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한 해 어느 달보다 5월에 그 이름을 가장 빈번히 듣게 됩니다. 그래서 가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5월은 이혼 가정에 마음이 더 불편한 달일 수 있습니다. 이혼한 가정의 구성원은 자신을 결핍상태라고 여깁니다. 사회적 인식이 그들로 하여금 필요 이상 결핍을 더 의식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부모의 온전한 기능이 모자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소위 ‘결손가정’이라 표현하는 그 부족한 상태에선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하는 구성원의 결핍이 아니라 사랑의 결핍이 더 큽니다. 가...
입력:2019-05-17 05:15:01
[겨자씨] 진짜 스승이신 하나님
박사과정 때 지도교수에게 오해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도중에 궁금한 것이 있어서 추가 연구를 더 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칭찬을 기대했던 지도교수에게 호된 야단을 맞았습니다. 허락 없이 다른 연구를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해야 하는 연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추가로 연구를 더 한 것이었고, 결과가 어떨지 몰라서 좋으면 보고하려 했다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오해는 풀렸지만, 문제는 제 마음속에 찾아온 두려움이었습니다. 학위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엄습해 온 그 두려움은 쉽게...
입력:2019-05-16 11:05:01
[겨자씨] 갈대 상자는 사랑입니다
“작은 갈대 상자 물이 새지 않도록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네/ 어떤 맘이었을까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흐르고 흘러….” 젊은이들이 즐겨 부르며 사랑하는 찬양 ‘요게벳의 노래’ 가사입니다.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아들을 나일강에 던지라는 바로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갈대 상자를 준비해 아기를 넣었습니다. 갈대 상자의 히브리 원어 ‘테바’는 본래 노아의 홍수 사건에 등장하는 방주를 의미합니다. 커다란 방주도, 작은 갈대 상자도 모두 동력이 없습니다. 주어지는 운명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똑같이 ‘테바&rsquo...
입력:2019-05-15 11:05:01
[겨자씨]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합니다
오래 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집회를 마친 뒤 부헨발트를 찾았습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가 있던 곳으로 혹독한 노동과 기아, 처형 등으로 6만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곳입니다. 수용소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듯 깊은 숲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밧줄에 묶인 채 끌려간 진입로는 자동차로도 한참이나 걸렸는데 이름이 ‘피의 거리’였습니다. 수용소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무엇보다 남아있는 전시물이 숨을 막히게 했습니다. 수많은 기록과 사진, 당시 유대인들이 신었던 신발과 안경들이 전시돼 있었고 그중엔 두세 살 ...
입력:2019-05-14 11:05:02
[겨자씨] 꽃피는 사막
칠레 북쪽 아타카마 사막은 매우 건조한 곳입니다. 이곳의 연평균 강수량은 15㎜ 정도입니다. 그런데 2015년 3월 어느 날 12시간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7년 동안 내릴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입니다. 비가 그치자 척박한 땅 곳곳에서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꽃망울이 맺혔습니다. 몇 주 후, 흙먼지뿐이던 사막이 분홍색 꽃들로 뒤덮였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이 기적 같은 일을 보려고 찾아왔습니다. 많은 사진작가가 멋진 절경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실로 눈으로 보면서도 마음으로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그 후 비가 내리지 않자 꽃은 사...
입력:2019-05-13 11: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