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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영 “즐겁게 연기할래요… 위로를 드리고 싶어서” [인터뷰]

영화 ‘나를 기억해’로 활동을 재개한 배우 이유영. 그는 “작품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어두운 작품을 찍을 땐 실제로도 우울하더라. 차기작은 밝은 작품을 하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며 미소 지었다.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 ‘나를 기억해’의 한 장면.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배우 이유영(29)을 작품 속 처연한 이미지로 바라봐선 곤란하다. 현실의 그는 누구보다 밝고 따뜻한 사람이다. 시린 겨울을 이기고 피어난 민들레처럼 단단하기도 하다. 맑고 투명한 봄날을 꼭 닮은 그를, 4월의 한가운데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2년 만에 새 영화를 내놓는 터라 다소 긴장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소감을 묻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던데요? 무거운 소재를 다뤄서 지루할까봐 걱정했는데 후반부 추격전부터 통쾌하더라고요(웃음).”

19일 개봉한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는 청소년 성범죄와 여성 대상의 범죄를 장르적으로 풀어낸 스릴러물이다. 극 중 이유영은 어린 시절 성범죄 피해를 입고 이름을 바꾼 채 살아가다 14년 만에 또 다시 비슷한 사건에 휘말린 교사 서린 역을 소화했다.

“뜻깊은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뿌듯하다”는 그는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충격적이었고,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얘기했다.

범죄 피해자의 감정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악몽을 꿀 정도로 심적 고통이 상당했다. 이유영은 “마음의 상처는 평생을 가도 완벽히 치유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다. 사람을 경계하는 서린의 성격도 끝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그놈이다’(2015), 드라마 ‘터널’(OCN·2017) 등 전작에서도 유독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자주 연기했다. “삶의 끝자락에 놓인 캐릭터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 위태위태하고 불안한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연기로나마 그들을 대변해주고 싶어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대한 지지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사실 성범죄는 문화계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 만연한 일이 아닌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희망적인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던 이유영은 성인이 된 뒤에야 배우의 꿈을 품었다. 21세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진학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배우가 되고 나서 성격이 180도 달라졌어요. 그동안 눌러온 제 안의 욕망들이 연기를 하면서 다 폭발하고 있는 느낌이에요(웃음).”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데뷔작 ‘봄’(2014)으로 밀라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국내 유수 영화제 신인상까지 휩쓸었다. “당시엔 부담감이 엄청났어요. 지금에서야 많이 내려놓게 됐죠. 제가 즐겁게 연기해야 보시는 분들도 즐거울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재 이유영은 연기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다. 언제부턴가 연기가 인생의 전부가 돼버렸단다. 그는 “반짝 스타가 아닌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연기하는 배우를 꿈꾼다. 나아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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