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내부에서 6·12 북·미 공동성명이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비준 과정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 등을 명시하지 못한 점이 찬반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미 공동성명 도출을 축하하며 “(후속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중대한 합의에 이른다면 조약(Treaty)의 형태가 되기를 바라고, (결과물은) 어떤 형태로든 의회로 넘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애초 의회 비준을 염두에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과거 정부는 엉성한 종이 한 장에 사인을 하고 끝냈지만 우리는 문건을 의회에 제출해 의회도 임무를 맡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의회 비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적 합의인 공동성명이 의회 비준에 성공한다면 법적 지위를 갖게 돼 정권이 바뀌더라도 뒤집을 수 없는 구속력을 갖추게 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정책이 똑같이 지속될 것이라고 안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북한이 안전 보장과 번영을 대가로 우리와 세계를 위협하는 그들의 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하는 역사적 기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CVID에 대한 약속 등이 빠진 점을 이번 공동성명의 한계로 지적하는 공화당 의원도 적지 않아 비준 통과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공화당 론 존슨 상원의원은 “(북한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거래를 하자”며 “비준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건 합의 내용에 뭔가 잘못된 게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밥 코커 상원의원은 “실체성을 갖춘 게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은 “(공동성명 도출은) 좋은 소식이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지적들은 북·미 간 후속 협상에서 CVID와 구체적 비핵화 방식 및 시간표 등을 명시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이라며 “CVID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종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