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무렵인 2020년 말까지 북한 비핵화의 주요 조치들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년 반 안에 비핵화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이 비핵화의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미 및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각각 가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2년 반 안에 비핵화의 주요 조치들을 달성하는 것을 원한다”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가 완수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는 2021년 1월 19일까지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이 비핵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를 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 “남북이 논의한 시간표가 있으며 (비핵화에) 일정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장에서 발언할 때 나도 그곳에 있었다”며 “모든 것이 다 최종 문서(북·미 공동성명)에 담긴 것은 아니며 ‘암묵적 합의’에 도달한 많은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것들을 문서로 압축해 담을 수는 없었다”며 “그것이 우리가 북·미 간 후속 협상을 재개하면 출발할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구두 합의들이 존재함을 시사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라는 철자가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공동성명은 그러한 요구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심도 있는 검증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뿐만 아니라 협력국들의 최정예 검증 적임자들을 모두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한 비핵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프로젝트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을 누그러트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한 것이 증명될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났을 때 ‘이번에는 순서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비핵화 전에 경제적·재정적 지원을 해준 과거의 실수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완료할 타이밍의 시급성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신속한 비핵화를 거듭 주문했다.
하윤해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