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남북 및 북·미 대화 기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시대’를 천명한 만큼 함께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미지만 국내 반발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조치를 실천하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남북 간, 북·미 간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상호 신뢰구축 정신에 따라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후속조치를 긴밀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전략자산 전개 문제를 조정할지 등은 미국과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모두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비핵화 이행 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미국은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마련해 가면서 합의의 이행을 속도감 있게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북·미 정상의 결단이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끈기 있게, 끊임없이 견인하고 독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견고한 남북 대치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번영을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은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라는 안보 과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 번영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1953년 이래 정전체제의 틀을 벗어나 남북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고 한반도, 동북아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이 육지 속 섬에서 벗어나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과 해양을 가로지르면서 평화와 번영의 대전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도전을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정상이 직접 적대관계 청산을 선언하면서 과거와 다른 근본적 변화가 생겼다”며 “과거에는 신뢰가 없다보니 북한의 비핵화가 변화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새로운 챕터에 들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미국, 일본, 한국을 비롯한 세계인을 전쟁의 위협과 핵·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게 한 것보다 더 중요한 외교적 성과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에 이어 7개월 만이다.
1992년 북한이 핵 사찰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한·미 팀스피릿훈련을 중단한 적이 있지만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며 실패했던 전례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 작업에 앞서 선제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에 대한 안보 우려가 비등할 전망이다. 미 상원에서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한·미 양국에서 급격한 안보환경 변화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편 AFP통신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과 한국군의 주요 합동 군사훈련이 무기한 연기된다”고 보도했다.
강준구 권지혜 기자 eyes@kmib.co.kr
文 대통령 “한·미 훈련 변화 필요” 중단 시사
입력 : 2018-06-14 0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