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14일 11년 만에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렸다. 남북 대표단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히 복구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서해상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해 남북 함정 간 ‘핫라인’을 가동하는 내용 등을 담은 2004년 6월 4일 남북 장성급 회담의 합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키로 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후 공동보도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소장은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 방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에 대한 사항을 시종일관 진지하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협의했다”고 말했다.
남북이 서해상 충돌 방지를 위해 이행키로 한 2004년 6월 합의에는 남북 함정이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을 활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서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제3국 어선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과 관련한 해상기준선을 잡는 문제는 합의하지 못했다. 이는 과거 남북의 공동어로구역 설정 논의의 최대 쟁점이었다. 북한은 NLL 남쪽으로 상당히 내려온 ‘서해 해상분계선’을 기준선으로 제시했었다. 김 소장은 “북방한계선 일대의 문제는 그 의제 자체가 사이즈(규모)가 크기 때문에 입장을 조율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남북 군 통신선은 완전한 복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남북 군 통신선은 지난 1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이 복원됐지만 광(光)케이블 연결 등 현대화 작업이 필요한 상태다. 동해지구 군 통신선은 2010년 11월 산불에 선로가 타버렸기 때문에 새로 개설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는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 차원에서 논의됐다.
남북 대표단은 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권총 등으로 무장한 채 JSA 근무를 서는 남북 장병들을 무장 해제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DMZ 내 유해 발굴과 북한 지역 내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도 추진될 예정이다. 김 소장은 “공동유해 발굴 문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항이며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합의한 사안인 점을 고려해 실효적 조치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남북 대표단은 공동보도문 문구를 놓고 오후 3시부터 5시간 넘게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남측의 소장 계급)은 마무리 발언에서 “다시는 이런 회담 하지 맙시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자 김 소장은 “군사 분야 의제를 토의하는 과정은 항상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안 중장은 “다음 번 회담 또 그렇게 하자는 소린 아니겠죠. 그만합시다”라고 되받아쳤다.
김 소장은 “6∼7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 또는 군사 실무회담을 개최해 한 단계 심화된 결과를 갖고 성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국방장관 회담은 실무회담 이후에 진행될 전망이다.
회담 초반은 화기애애했다. 남북 대표단은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MDL) 인근 남측 지역에 함께 심은 소나무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김경택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