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위수령 문건 파문으로 군이 흔들리고 있다. 기무사 개혁 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지만 송영무(사진) 국방부 장관의 입지는 되레 좁아진 모양새다.
이번 문건 수사로 기무사는 해체 수준의 개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국방부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사에서 10여명의 민·군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무사 개혁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 개혁위는 당초 다음 주 중 기무사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다음 달 10일까지 계속되는 문건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발표키로 했다. 군 소식통은 “기무사는 전체 인원 4200여명 중 13%가량을 자체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개혁위는 30% 이상 감축안을 내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무사의 조직과 임무 등을 규정한 국군기무사령부령을 폐기하고 새 법령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와 별도로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기무사의 정치 개입 차단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무사의 위법 행위는 계속 드러나고 있다. 기무사가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연설을 하면서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거론하며 ‘대국민 담화 시 감성적인 모습(을) 시현(할) 필요’라는 내용을 2014년 5월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도 드러났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호명하며 눈물을 보였다. 기무사는 또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지지부진했던 2014년 6월 수장(水葬) 방안을 담은 문건을 보고했다. 이 문건에는 ‘지난 6월 7일 BH(청와대)에 미 애리조나호 기념관과 같은 해상 추모공원 조성을 제언한 것과 관련 세계 각국의 수장 문화를 확인했음’이라고 돼 있다.
정치권의 기무사 개혁 요구는 더 거세졌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정책회의에서 “지난 3월까지 경찰청에 군인이 상주하며 각종 시위정보를 수집해 기무사에 보고했다”며 국회 청문회 개최를 제안했다.
송 장관은 기무사의 계엄령·위수령 검토 문건을 지난 3월 보고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군 독립수사단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국방부는 송 장관이 문건 보고를 받은 뒤 외부 고위공직자에게 법리 검토를 의뢰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군 내부적으로는 국방개혁 추진이 계속 지연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당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검토됐던 공세적 작전개념 구축 등 국방개혁안이 대폭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 장관은 취임 1주년인 14일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방개혁에 대해 “가장 기둥이 되는 것은 문민통제 확립과 육·해·공군 3군의 균형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대해선 “남북 간 신뢰구축이 우선”이라며 “완전한 신뢰구축이 이뤄지고 비핵화 계획이 나온 다음 군축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