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지난 4월 30일 회동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국방부는 송 장관이 회동에서 임 실장과 조 수석 등에게 문건의 존재를 알렸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국방부의 설명이 미흡했다’고 일축했다. 임 실장과 조 수석의 판단 미스인지, 송 장관의 고의적인 보고 누락인지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방부에 따르면 송 장관은 4월 30일에 임 실장, 조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을 만나 기무사 개혁방안을 논의했다. 송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계엄령 문건의 존재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송 장관 측은 “15페이지 분량의 기무사 개혁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두고 회의를 했다”며 “보고서에는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제목이 명시돼 있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임 실장과 조 수석을 만나기 전 기무사 개혁 보고서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따로 전달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송 장관의 설명이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의 당시 송 장관은 문건 자체보다는 기무사의 정치 개입 사례 중 하나로 설명했다”며 “계엄령 문건을 배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 주제도 기무사 개혁 문제여서 계엄령 문건에 주의를 기울일 정도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조 수석은 이날 국민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문건 제출은 물론 문건에 대한 보고가 없었음을 국방부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건 제목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던 송 장관의 보고는 정식 보고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평소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진 임 실장과 조 수석이 헌정 문란 논란 가능성이 충분한 계엄령 문건 제목을 단순히 지나친 것을 두고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혼선이 이어지면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언급한 ‘회색지대’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변인은 지난 11일 송 장관의 기무사 문건 보고 시점에 대해 “칼로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 사실관계에서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 차원에서 국방부와 청와대 간 보고 정황에 대한 수사를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양측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첫 문건 보고 시점을 두고서도 혼선을 빚었다. 국방부는 7월 초, 청와대는 6월 28일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뒤늦게 청와대와 같은 6월 28일로 시점을 정정했다. 국방부는 당초 “6월 28일 국방부 정책실장이 청와대 안보실 등 관련 부서에 계엄 검토 관련 문건을 보고했다. 문건을 제출한 건 아니다”고 했다가 “이날 청와대에 문건을 전달한 게 맞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대변인은 지난 13일 “민정수석실은 최근 언론보도(지난 5일) 전까지 계엄령 문건을 보고 받은 적 없다”고 밝혔으나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28일 문건을 보고·제출 받았다고 정정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사드(THAAD) 보고 누락 사건처럼 비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방부는 정부 출범 직후 사드 발사대 잔여 4기를 국내에 들여온 상황을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문 대통령이 발사대 배치에 대한 보고를 누락했다며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했고, 결국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이 직무배제를 당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