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유도 66㎏급 국가대표 안바울(24·사진)은 일본과 연이 깊다. 2014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안바울은 그때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천적 에비누마 마사시를 되치기로 눌렀다. 승리 직후 경기장에서 양 주먹을 쥐고 포효한 그의 세리머니는 화제가 됐다. 안바울은 최근 국민일보와 만나 “원래 일본 선수들에게 주눅 들곤 했는데, 에비누마를 이긴 후 부담감이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유도 세계 랭킹 6위인 안바울의 주적은 일본이다. 국제대회에서 2승 2패로 호각을 이룬 마루야마 조시로(16위)가 금메달 경쟁자다. 유도 종주국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주요 종목인 유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안바울은 “마루야마의 자세는 좋지만, 전략을 잘 짜면 문제없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금호연 유도대표팀 감독도 “파워가 강한 안바울이 우세하다. 안바울의 왼쪽 업어치기로 마루야마의 왼쪽 허벅다리 기술을 제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바울은 “어느 대회에서든 나의 목표는 1등”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스스로에게 떳떳할 정도로 훈련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체력 훈련으로 동료를 메고 뛰다가 지쳐 토악질을 하거나 잡기 및 업어치기를 반복해 손가락이 구부러지는 건 예삿일이다. 신장 169㎝의 크지 않은 체격에도 매일 180㎏의 데드리프트(바닥에 놓인 역기를 허리 높이까지 들어올리는 운동)를 한다. 잠자기 전에는 늘 머릿속으로 경기에서 상대의 어떤 손부터 잡아채야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도 한다. 금 감독은 “바울이는 우리가 말려야 할 정도로 훈련량이 많다”고 귀띔했다.
안바울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두 번째 국제 종합대회다. 첫 세계 무대였던 지난 리우올림픽 결승에서의 패배는 안바울을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약체라 여겨지던 파비오 바실에게 한판패를 당한 후 그는 경기장 복도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안바울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상대에게 져서 허탈하고 멍했다”며 “올림픽 끝나고 두 달 동안 푹 쉬었다. 이후 눈앞의 경기들에만 집중하며 아쉬움을 잊었다”고 말했다. 리우의 경험은 아시안게임 준비에도 도움이 됐다. 안바울은 “큰 대회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조급증은 없다고 했다.
연습벌레 안바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부상으로 연습을 못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왼쪽 팔목이 부러졌는데도 코치를 찾아가 “남들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다. 재활과 운동을 병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바울은 “운동선수이다보니 다쳐서 몸이 제 마음대로 안 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팔꿈치를 다치고 한동안 훈련과 시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 이후 다시 일어나 지난 2월 파리 그랜드슬램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제 기량을 선보였다.
짧은 자유 시간에도 안바울은 집에만 머무는 집돌이다. 늘 훈련장과 집만을 오가다보니 쉴 때는 집에서 누워 예능이나 드라마를 몰아본다. 최근에는 채널A의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하트시그널2’와 tvN의 경찰 소재 드라마 ‘라이브’를 재밌게 봤다.
안바울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취미 삼아 유도를 시작했다. “유도가 어떤 종목인지도 모르고 그냥 체육관에 갔다. 몸을 써서 부대끼고 상대를 넘어뜨리는 게 재밌었다”고 기억했다. 그를 따라 도장에 갔다가 지금도 취미로 유도를 하고 있는 친형과는 장난삼아 스파링도 한다.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안바울에게 유도는 지금도 매력적이다. 안바울은 “단 1초만 남아있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유도다. 상대를 넘겼을 때 짜릿함이 유도만의 매력”이라고 말하며 즐거운 듯 웃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