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 때 입건 안된 도 변호사 입건 강한 압박
魯에게 5000만원 전달 확인… 魯 내달 초 소환조사 관측
드루킹, 魯에게 먼저 접촉… 영향력 기대 못 미치자 비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3일 투신한 이유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첫 정치권 ‘타깃’으로 지목돼 집중수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첫 긴급체포 및 구속영장 청구 대상으로 ‘드루킹’ 김동원(49·구속 기소)씨의 최측근인 도모 변호사를 택했다. 그는 김씨와 공모해 2016년 3월 노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때부터 검·경 수사 과정에서 입건되지 않은 도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압수수색하는 등 강하게 압박했다. 도 변호사는 김씨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다. 특검팀은 이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다수로부터 “도 변호사가 경기고 동창인 노 의원을 김씨와 연결했다” “도 변호사가 김씨와 논의해 노 의원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진술을 노 의원과 주변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 추적을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21일 만인 지난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도 변호사를 긴급체포했다. 도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 2016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수사를 받자 4190만원을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급히 모금해 노 의원 측으로부터 돌려받은 것처럼 꾸민 혐의도 받았다. 김씨 등은 도 변호사의 증거 조작을 통해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같은 혐의로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허 특검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수사 동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수사 일정에 대해서는 전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의 첫 영장이 기각된 점은 노 의원에게 오히려 악재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체면을 구긴 특검팀이 총력을 투입해 노 의원 수사를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수사 기한에 제약을 받는 특검팀은 신속하게 도 변호사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전망됐고 노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르면 다음 달 초 진행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검팀이 독기를 품고 수사망을 좁혀온다는 생각이 들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 지사 등 여권 실세들과 인연을 맺기 전 노 의원과 먼저 접촉했다. 김씨는 2014년 경희대에서 가진 경공모 주최 강연 등에 노 의원을 연사로 초청해 수천만원의 강연료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3월 경공모 회원 장모씨를 노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로 일하게 하는 등 인적·물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다만 김씨는 이후 노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기대에 못 미치자 그를 자주 비난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5월 트위터에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들. 미리 경고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까불어보든지”라고 썼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