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기 때문에 부담도 없습니다. 목표는 당연히 결승에 올라 우승하는 것입니다.”
광주체중 3학년이던 지난해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단식에서 언니들을 연파했던 ‘신동’ 안세영(16)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겨냥한다. 선발전을 거쳐 태극마크를 단 최초의 중학생은 이제 국가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해 있다. 안세영은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선수촌의 힘든 훈련을 다 참았다”며 “큰 무대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주니어 최강자였던 안세영이지만 국가대표팀의 배드민턴은 차원이 달랐다고 한다. 안세영은 “주변에 나보다 훨씬 뛰어난 언니들뿐”이라며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신동 바람을 일으키자 배드민턴계는 “라경민 코치를 닮은 선수가 나왔다”고 평가했었다. 다만 안세영은 “나이가 어려 선배님들을 잘 모른다”며 “단식에서 제일 잘 하는 성지현 언니를 닮고 싶다”고 했다. 라켓 컨트롤부터 경기운영까지 모든 측면이 뛰어나다는 이유다.
여전히 몸무게가 50㎏인 그는 “랠리 때 볼이 조금씩 밀리는 느낌”이라며 “근력 운동도 많이 하고, 게임에서는 파워 이외의 것으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가 대처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셔틀콕을 꽂아 넣기 위해 두뇌 플레이를 하고, 스트로크의 정확성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상대보다 한발 더 뛰는 자세도 필요하다. 안세영은 “난 다른 것 없이 끈질기게 뛰는 선수”라고 본인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안세영을 가르쳐온 김학균 주니어대표팀 감독은 그에게 인도네시아와 중국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지겹도록 보여줬다. 인도네시아 선수들로부터는 많이 뛰는 모습을, 중국 선수들에게서는 스피드를 배우게끔 한 것이다. 국가별 장점을 습득하는 데 애쓴 안세영은 판단력이 좋고 창의적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세에서 공세로 빨리 돌아서고, 재치를 발휘해 상대를 무력화하는 장면들을 자주 연출했다. 본인 스스로도 단식의 매력을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안세영은 겨우 고교 1학년으로 대표팀의 막내지만, 승부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안세영은 “지고 나면 우울해져서, 운동장으로 가 더 달린다”고 말했다. 지는 게 제일 싫다는 그는 지난 5월 태국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체선수권에서 단체전 마지막 주자 역할을 맡았다. 예선 3경기와 8강전에 출전, 무패를 기록하며 한국의 동메달에 톡톡히 기여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은 기상하자마자 400m 트랙을 10바퀴 달린 뒤 점심까지 계속 스트로크 훈련을 한다. 스피드를 높여 랠리를 주고받는 선수들은 동시에 코트에 쓰러지기도 한다. 오후에는 웨이트트레이닝 및 기술 훈련이 이어진다. 그렇게 하루의 훈련을 마치면 ‘오늘도 이겨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안세영은 말했다.
안세영의 부모님은 딸이 아시안게임에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네가 바라던 무대이니 최선을 다하고 오라”고 격려했다. 안세영은 어린 시절 누군가가 꿈을 물을 때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답해 왔다. 안세영은 “잠들기 전에 우승 직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다”고 말했다. 상상 속의 자신은 코트에서 포효하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었다고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