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내가 간다] 핸드볼 이동명 “아까 실수는 신경쓰지마 형이 하나 더 막을테니까”



한국 남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의 골키퍼 이동명(35·사진)은 독특하게 ‘83’을 등번호로 달고 있다. 30대 중반이 아직도 대표팀 골문을 지키느냐는 시선에 부딪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자신의 생년을 당당히 드러낸 것이다. 이동명은 2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있지만 아직 뛸 수 있다. 더 보여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83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박준규·이창우와 함께 대표팀 최고참인 그는 격렬한 경기 속에서 선수들의 정신을 붙드는 ‘군기반장’ 역할을 자처한다. 슛을 실패한 뒤 수비 진영으로 맥없이 돌아오는 선수, 정해진 움직임을 지키지 못한 선수에게는 ‘인마 점마’를 찾으며 질책한다. 경기 뒤에는 “미워서 그런 게 아니다”고 타이른다.

‘꼰대’처럼 지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명은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선 수비진을 향해 “형이 하나 더 막아줄게, 아까 실수한 것 괜찮아”라고 소리친다. 그는 최고참이라고 해서 뒤로 빼는 선수가 아니라, 후배들을 이기려 노력하는 선수다. 이동명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더라도 후배들보다 5㎏은 더 들려 하고, 서킷을 도는 훈련 땐 제일 빨리 끝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종아리 부상을 털고 돌아온 요즘은 몰래 야간 개인훈련도 한다.

열정적인 그의 성격은 경기장에서 에피소드도 많이 낳았다. 지난해 핸드볼코리아리그 3라운드에서 그의 소속팀 인천도시공사는 두산과의 경기 막판에 1골 차로 뒤지고 있었다. 이동명의 선방으로 얻은 마지막 찬스에서 인천도시공사는 경기종료 10초 전 오펜스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그가 아쉬운 맘에 자신도 모르게 ‘아이 씨’라고 외치자, 심판이 판정에 대한 항의로 알고 다가와 주의를 줬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모든 열정을 ‘타도 카타르’에 집중시키고 있다. 해외 선수들을 귀화시켜 대표팀을 꾸린 카타르는 체격조건이 좋고, 힘과 탄력이 뛰어나다. 이동명은 “같은 골키퍼인 이창우와 함께 중동 선수들의 슛폼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테니스공을 막으며 반응속도를 키우는 훈련도 반복한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이동명은 “이번 멤버는 어렸을 때부터 한솥밥을 먹던 선수들이다. 손발이 잘 맞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영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수비에서 속공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예전보다 확연히 빨라졌다. 조 감독은 “이번 대표팀은 정예 멤버”라며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는다.

그는 스스로 ‘늦깎이’라 말할 정도로 성인 무대에서는 20대 후반인 2010년에야 태극마크를 달았다. 교체 투입된 2013년 스페인 세계선수권에서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는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속공 슈팅을 선방하고 리바운드에 이은 두 번째 슈팅까지 막아내자 스페인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그는 “유럽에서 핸드볼의 인기는 높다. 외국인들이 이름을 연호해 주니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동명은 “어쩌면 이번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무대가 될지 모르겠다”고 주변에 전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4년 전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으로 꼽아 왔다. 카타르에 아쉽게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건 경기였다. 이동명은 “이번 대회가 끝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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