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따낸 79개의 금메달 중 7개가 볼링선수 2명의 손끝에서 나왔다. 이나영(32)과 박종우(27)가 그 주인공으로 이나영은 2인조, 3인조, 개인종합, 마스터스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4관왕에 올랐다. 박종우는 5인조, 개인종합, 마스터스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3관왕이 됐다. ‘금메달 남매’는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다관왕을 노린다.
두 선수는 모두 볼링 마니아인 부모님을 따라다니다 초등학생 때 볼링에 입문했다. 이나영은 2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미친 듯이 볼링만 쳤다”며 “중학생 때 볼링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고등학생 때 어려운 가정환경을 이유로 잠시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부모님과 코치의 격려로 선수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 박종우는 볼링 대회에서 입상하면 나오는 메달이 너무 갖고 싶어 볼링을 시작했다. 마른 체격이었으나 성장기 살이 붙기 시작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두 선수는 인천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5인조전을 꼽았지만 이유는 달랐다. 당시 준우승에 그친 뒤 눈물을 보였던 이나영은 “혼자 싸우는 개인전보다 다 같이 잘 쳐 이기는 단체전 승리가 더욱 값지다고 생각한다”며 “그때 아쉬웠던 마음을 풀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종우는 “그전까지 남자팀이 금메달이 없었는데 단체전에서 이겨 모두가 금메달을 땄고, 그 승리로 나도 개인종합에서 1위를 차지했다”며 “가장 기분 좋고 보람찼던 날”이라며 웃었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는 볼링 종목이 남녀 각각 6개에서 남녀 각각 3개(3·6인조전, 마스터스)로 줄었다. 금메달도 12개에서 6개로 줄어 다관왕에 오르는 것이 어려워졌다. 다관왕에 오르기 힘들어진 만큼 두 선수 모두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이나영은 “나는 체격도 큰 편이 아니고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인천 대회 때도 사이드핀(7·10번 핀)을 많이 남기는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확도를 높이고 재활로 파워도 보강했다. 이나영은 “인천 대회 때는 무릎 부상이 있어 하체에 중심이 잘 실리지 않았다”며 “2년간의 재활을 거쳐 무릎 부상에서 회복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밸런스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힘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 박종우는 다른 선수들이 사용하는 15파운드보다 1파운드 더 무거운 16파운드 공을 쓴다. 박종우는 “힘이 있으면 공을 더 자유롭게 굴릴 수 있다”며 “샷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파이팅이 넘치는 성격이어서 ‘오버’할 때가 있는데 경기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들이 꼽은 이번 대회 최대 강적은 대만이다. 대만 선수들은 세로로 굴리는 일반적인 볼링 투구법과 달리 가로로 굴리는 ‘스피너 볼링’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다. 박종우는 이를 두고 원반형 미확인 비행물체(UFO)가 돌아가는 모습과 비슷해 ‘UFO 볼링’이라 칭하기도 했다. 스피너 볼링은 국내 선수들의 투구법보다 회전수가 많아 더 많은 핀을 쓰러뜨릴 수 있다.
또 스피너 볼링이 더 유리한 ‘레인 패턴’도 있다. 볼링에선 레인에 오일을 도포하는 방식을 뜻하는 레인 패턴에 따라 공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진다. 경기를 하는 중에도 공이 굴러가면서 레인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에 레인 패턴에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변호진 여자대표팀 코치는 “스피너 볼링이 확실히 더 유리한 레인 패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영도 “매우 특이하고 무서운 볼링”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