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지난 23일 제주도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져 익사할 뻔한 6세 여자아이를 구한 20대 커플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촌각을 다투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해경과 구급대원들이 나타나기도 전에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인터넷상에서 ‘천사 커플’ ‘다크나이트 커플’로 유명세를 얻었다.
부산 부경대 4학년 이예진(24·여)씨와 자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오원탁(27)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날의 위급했던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물에 빠진 아이의 비명소리와 허우적대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카약을 타며 휴가를 즐기던 중 아이의 비명을 들었다. 50m쯤 떨어진 곳에서 튜브가 뒤집힌 채 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이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이씨는 “아이를 꼭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오씨는 “아이를 물에서 건져냈는데,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걸 보니 눈앞이 캄캄했다”며 “정신을 가다듬고 서너 차례 흉부압박을 하자 새파랗게 질려 있던 아이가 물을 토해내며 의식을 찾았다”고 했다. 커플은 아이를 해변에서 발을 구르던 부모에게 인도한 뒤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숙소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며 “혹시 아이에게 연락이 닿는다면 아픈 곳은 없는지 꼭 물어보고 싶다. 아이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제주 동부소방서 119구조대 조두환 안전팀장은 “아이가 무사해 천만다행이었다”며 “구조에 나섰던 두 사람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진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