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한 제가 오히려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고비사막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대구대 김태환(24·문헌정보학과2)씨가 완주를 통해 참가 전 약속했던 기부 공약을 지키게 됐다. 김씨는 대회 참가 전 소셜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기부 공약을 밝혔다. 마라톤대회 참가 프로젝트로 모금한 후원금(목표액 250만원)을 사법형 그룹홈인 ‘청소년회복센터’에 기부한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몽골 고비사막에서 진행된 대회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남극 마라톤 등과 함께 ‘세계 4대 극한 마라톤대회’로 꼽힌다. 사막과 산악지대, 초원, 강으로 구성된 험난한 코스로 이번 대회엔 세계 각지에서 232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6박7일간 250㎞를 식량과 장비 등이 담긴 10㎏이 넘는 배낭을 메고 하루 9리터의 물만 제공되는 극한의 조건에서 달려야 한다. 김씨는 대회 마지막 날 완주자 216명 가운데 마지막 주자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둘째 날부터 발목 인대 염증이 악화됐고, 모기에 물리고 풀독까지 오르면서 다리가 부어올랐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완주했다는 성취감도 컸지만 내심 지키지 못할까봐 걱정했던 기부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돼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김씨가 후원금을 전달할 청소년회복센터는 소년법상 1호 처분(감호위탁)을 받은 청소년들을 법원에서 위탁받아 보호·양육하는 사법형 그룹홈(대안가정)이다. 기부 프로젝트에는 68명의 후원자가 뜻을 모았고 총 256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김씨는 후원자에게 제공할 보상 물품(리워드) 구입 비용을 제외한 200여만원을 청소년회복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씨가 청소년회복센터 후원에 나선 것은 어릴 적 겪었던 시련과 무관치 않다. 그는 부친의 사업 파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채권자들을 피해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골종양’ 판정을 받고 건강이 악화돼 학교조차 다닐 수 없었다.
청소년 시절 원망과 분노가 컸지만 어머니의 응원을 통해 마음을 다잡고 검정고시를 통해 2013년 대구대에 입학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청소년회복센터를 알게 돼 후원을 결심하게 됐다.
김씨는 “청소년 시절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건 마라톤과 과정이 비슷하다”며 “고난이 있더라도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산=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