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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비서실장 공관에서 대법관과 강제징용 재판 협의 정황 포착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양승태 대법원’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차한성 전 대법관과 만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건을 논의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이 자리에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도 동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관련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근혜정부와 법원행정처 간 ‘재판 거래’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김 전 실장이 2013년 말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차 전 대법관을 만나 강제징용 재판 진행 상황을 협의하고 청와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면담 때 논의사항이 담긴 회의자료 등 구체적 물증도 입수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30분 김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개입한 혐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윗선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에는 윤 전 장관을 비공개 소환했다. 검찰은 2013년 10월 당시 대법원 기획조정실장이던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강제징용 소송을 연기 또는 파기하는 대가로 청와대에 유엔대표부 법관 파견 등을 요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윤 전 장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징용 재판을 심리했던 당시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사건을 서울·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피고 기업들은 2013년 8월 재상고했다. 대법원은 5년 넘게 결론을 내지 않다가 지난달 27일 이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검찰은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교감해 재상고심 확정을 최대한 지연하고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해 재판 결과를 번복하려 한 것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재판은 사인 간 민사소송으로 법과 양심으로 재판할 것이지 청와대든 누구든 개입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며 “행정처의 해외 법관 파견 요구는 계속 이뤄졌고 실제 유엔대표부 법관 파견까지 실행됐다”고 했다.

검찰은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권순일 대법관이 2013년 9월 4일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통상임금’ 재판의 전원합의체 판결 공개변론 하루 전이었다. 대법원은 그해 12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지만 그동안 못 받은 임금은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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