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전북 김제시 김제신협 앞. 노란 가림막이 벗겨지자 금색 옷을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한 소녀가 보였다. 가림막에는 ‘나라가 힘이 없어 당해야 했던 가녀린 소녀들의 아픔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지평선중창단 공연을 비롯 영상물 상영과 국악인 오정해씨의 공연 등으로 ‘김제 평화의 소녀상’ 행사가 엄숙하게 이어졌다. 대리석 바닥에 새겨진 ‘김제 평화의 소녀상’이라는 글씨는 나눔의 집 할머니가 직접 쓴 것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할머니들의 희생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열기가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초·중·고교에서도 학생들이 교내에 소녀상의 축소판인 ‘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운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각 지역 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었던 이날 하루에만 전국 6곳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김제 외에도 경남 김해 연지공원, 전남 장성군 장성역 앞과 장흥군 정남진도서관 앞, 서울 은평평화공원, 경기 양주시 옥정중앙공원에도 소녀상이 자리를 잡았다.
양주의 소녀상은 기존 댕기 머리 형태에서 강제 노역에 끌려가면서 뜯긴 머리카락으로 바뀌어 당시 고통을 상징했다. 김제의 경우 김제신협측이 나서 CCTV를 설치하는 등 관리를 맡기로 했다.
김제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 박종원 상임대표(우리한방병원 원장)는 “시민과 학교, 단체들의 동참이 늘어나면서 목표보다 훨씬 많은 6500만여원이 모였다”며 “남은 기금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곳에 쓰도록 중지를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다. 지금까지 세워진 것만 100개가 넘는다. 전남 구례, 경기 양평, 경남 거창 등지에서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 ‘작은 평화의 소녀상’도 일선 학교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북 김제여고와 인천 상정고에 작은 소녀상이 세워졌다. 작은 소녀상은 폭 30㎝, 높이 40㎝ 정도 규모로 작은 좌대 위에 올라서 있다.
작은 소녀상 건립은 서울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학생들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2016년 5월 학생들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에 100개의 소녀상을 건립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해 7월 경기 용인의 태성고에 1호 소녀상이 세워진 이후 1년 만에 100호(경남 김해시 구산고)가 완성됐다. 두 번째 목표였던 239호도 올해 5월 기록했다. 숫자 ‘239’는 스스로 “위안부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239명의 할머니를 의미한다. ‘주먹도끼’ 담당교사인 송한철씨는 “지금도 건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추가 목표를 세울지 상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제=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