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지난 달 호주와 난투극, 대회 포기했다 뒤늦게 팀 급조
클락슨 합류로 ‘다크호스’ 부상… 8강전에서 한국과 만날 가능성
한국, 야오밍의 중국 물리친 경험… 5명의 팀 플레이가 승패 관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남자농구 대표팀이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조던 클락슨(26·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이 필리핀 대표로 출전한다. 클락슨은 필리핀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필리핀 현지 언론들은 14일(한국시간) 클락슨이 필리핀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보도했다. 당초 NBA가 10월에 열리는 새 시즌 대비를 위해 클락슨의 아시안게임 합류를 불허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전격 허가했다. 같은 날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대승하며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한 허재호로서는 대형 악재를 맞은 셈이 됐다. A조 1위가 유력한 한국은 D조 2위와 8강전에서 만나는데 필리핀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일본이 지바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예선전에서 NBA 선수 2명이 포함된 호주를 79대 78로 이겨 화제가 됐다. 하지만 호주 선수로 나선 매튜 델라베도바와 손 메이커(이상 밀워키 벅스)는 팀의 주축급 선수가 아니었다.
이들과 달리 클락슨은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81경기에 출전해 평균 23.3분만 나오고도 13.9점을 올리는 등 NBA에서도 득점 능력을 인정받는 선수다. 4시즌 통산 기록은 평균 14.1점 3.2리바운드 2.8어시스트다. 클락슨은 지난 시즌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와 함께 NBA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클락슨은 지난 2월 레이커스에서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된 뒤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준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시안게임 출전선수 중 개인기량 면에서는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한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결승 상대인 중국에는 탈아시아급인 229㎝의 센터 야오밍(38)이 있었다. 야오밍은 부산아시안게임 직전에 열린 NBA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지명됐을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하지만 한국은 결승전에서 협력 수비를 통해 야오밍을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은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102대 10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클락슨의 합류로 단숨에 다크호스가 되긴 했지만 필리핀 대표팀의 상황은 좋지 않다. 필리핀은 지난달 FIBA 월드컵 예선에서 호주와 난투극을 벌여 선수 10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아 아시안게임 참가를 포기했다 뒤늦게 대표팀을 급조해 출전하게 됐다. 농구는 타 종목에 비해 에이스 1명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결국 5명이 하는 팀 스포츠다. 더구나 뒤늦게 자카르타에 도착한 클락슨이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리 클락슨이 합류했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허술한 필리핀의 조직력을 공략하면 넘을 수 없는 산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야오밍을 막았던 김주성(전 원주 DB)은 “승리를 향한 의지가 중국보다 강했던 것이 금메달의 비결”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