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말레이시아에 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김학범호’가 최강 전력으로 키르기스스탄을 맞는다. 금메달 후보로서의 자존심 회복, 토너먼트 시작 전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라도 기분 좋은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오후 9시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키르기스스탄과 E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에 1대 2로 패하며 1승 1패 승점 3점으로 E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승자승 원칙’이 골득실을 앞서기 때문에 한국은 나머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조 1위를 할 수 없다.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에 이기고 말레이시아가 마지막 상대인 바레인에 패해 승점이 같아져도 말레이시아가 한국을 이겼기 때문에 말레이시아가 1위가 된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전 이른 로테이션 실험이 화를 불렀다는 비판에 따라 베스트 멤버를 풀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선발 출전이 확실시된다. 손흥민은 말레이시아전 후반 12분 교체 출전해 나머지 시간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말레이시아전 이후 “감독님과 이야기해야겠지만 다음 경기부터는 정상적으로 출전하려고 한다.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바레인전 해트트릭과 말레이시아전에서 골을 기록한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손흥민과 공격 최전선에서 손발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 바레인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나상호(광주 FC)가 추가될 수 있다.
골키퍼는 말레이시아전에서 2실점한 송범근(전북 현대) 대신 조현우(대구 FC)가 다시 골문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바레인전 6대 0 대승을 이끌었던 황인범(아산 무궁화), 장윤호(전북 현대), 이승모(광주 FC), 김문환(부산 아이파크) 등도 출전이 유력시된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출전해 공격에 무게를 더할 가능성도 있다.
팀 구성과 함께 흐트러졌던 정신력을 다잡는 것도 주요 과제다. 말레이시아와의 경기 후 수비수 김민재(전북 현대)는 “누구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가 흔들렸다.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다시 회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전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송범근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은 말레이시아전 이후 SNS를 비공개 전환하거나 계정을 삭제했다. 손흥민의 SNS 계정에선 말레이시아 축구팬과 한국 축구팬의 신경전도 펼쳐졌다. 선수 대부분이 23세 이하인 만큼 심리적 측면에서 성인 대표팀보다 더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조 1위를 놓치면서 향후 일정 역시 더욱 꼬이게 됐다. E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경우 D조 2위와 맞붙지만 2위로 진출할 경우엔 F조 1위와 16강을 치른다. 현재 F조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둘 다 껄끄러운 상대다. 경기 일정도 24일에서 23일로 하루 앞당겨진다. 더욱 문제는 8강에 진출할 경우엔 우승 후보인 우즈베키스탄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4강에서 한국을 만나 4대 1로 승리한 후 베트남을 꺾고 우승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