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이 득점… 단일팀 코리아, 50점차로 인도 눌렀다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코리아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X조 조별리그 인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는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김일국 북한 체육상(가운데)이 인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단일팀을 찾아 악수하며 격려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47점차로 앞선 4쿼터 막판,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경기종료 6초를 남기고 인도의 공을 가로챘다. 승패가 이미 결정된 순간이었지만 선수들은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왼쪽 45도 공간에서 패스를 받은 김혜연이 3점슛을 던졌다. 높은 포물선을 그린 공은 버저와 함께 림을 통과했다.

코리아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X조 조별리그 3차전 인도와의 경기에서 104대 54, 50점차의 완승을 거뒀다. 코리아는 기술과 체력 측면에서 모두 인도를 압도했다. 모든 멤버가 10∼25분을 나눠 뛰며 고른 득점을 올렸다.

코리아는 한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도 작심한 듯 경기 내내 전면 압박 수비를 펼쳤다. 공격을 성공시키고 나서도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지 않고 상대 진영에서부터 인도 선수들에게 달라붙었다. 패스 줄 곳이 없던 인도 선수는 괜히 농구화 끈을 묶으며 시간을 벌기도 했다.

지난 17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쇄골에 타박상을 입은 북측 센터 노숙영은 1쿼터에 4득점을 기록한 뒤 벤치에 앉아 쉬었다. 그간 많이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대신 힘을 냈다. 막내 박지현은 3점슛과 더블 클러치 기술을 뽐냈다. 북측 가드 장미경은 빠른 스피드로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박하나와 강이슬이 던지는 외곽슛도 연이어 그물을 갈랐다.

전반이 49-22로 마쳐진 뒤 3쿼터에도 강한 압박과 상대 실수에 의한 속공은 계속됐다. 점수차는 한때 ‘더블 스코어’를 넘어 62-28까지 벌어졌다. 지난 17일 대만전에서 수비 문제를 발견한 이문규 감독은 점수차와 상관 없이 선수들에게 계속 소리를 지르며 부족한 점을 꾸짖었다. 4쿼터 중 인도에 연속으로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할 때에는 34점차 상황에서도 타임아웃을 불렀다.

코리아는 세 자릿수 득점을 올린 뒤에도 마치 지는 팀처럼 열심히 뛰었다. 김혜연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50점차가 될 때엔 모두 환호했지만, 금세 차분해졌다. 장미경은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경기에) 만족하진 않는다. 더 잘해서 인민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장미경은 “전체 인민들이 응원해 주는데 힘을 받으면 경기를 더 잘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장은 한반도기를 든 응원단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이 총리는 북한 김일국 체육상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감독은 “대만전 패배 이후 미팅을 갖고 ‘너희가 최고’라고 강조해줬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는 센터 박지수도 조만간 코리아에 합류, 토너먼트에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 감독은 “박지수가 합류하면 높이를 활용한 농구를 해야 한다. 패턴을 조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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