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 레슬링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이 21일까지 확보한 8개의 메달 중 4개(금2, 동2)가 여자 레슬링에서 나왔다. 여자 레슬링은 북한 순위를 한때 5위까지 끌어 올리며 효녀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박영미(53㎏급)와 정명숙(57㎏급)은 전날 열린 여자 레슬링 자유형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선향(50㎏급)과 임정심(62㎏급)도 같은 날 동메달을 보탰다.
이는 세계 최강 일본을 물리치고 거둔 성과여서 더욱 돋보인다. 일본은 지난 4차례 아시안게임 여자 레슬링에서 16개 금메달 가운데 9개를 거머쥐었다. 2012 런던·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각각 3개, 4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0 도쿄올림픽까지 내다본 일본의 이번 대회 목표도 당연히 모든 종목 금이었다.
그러나 북한으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우승후보 오쿠노 하루나는 준결승서 박영미에게, 사카가미 가츠키는 1회전에서 정명숙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 여자 레슬링은 이날까지 은메달 두 개, 동메달 세 개를 얻는데 그쳤다. 한국은 김형주(50㎏급)가 따낸 동메달이 전부였다.
북한 여자 레슬링은 어떻게 이토록 강해졌을까. 북한은 김일성 주석 집권기부터 오랫동안 레슬링, 역도 등을 집중 육성해왔다. 경제력에 좌우되지 않는 투기 종목이어서다. 특히 여자 레슬링 종목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경쟁이 덜한 만큼 북한의 투자 대비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체육 강국’을 강조하며 북한 체육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데 노력하자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