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을 걷게 된 한국 U-23(23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23일 이란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16강 ‘단두대 매치’를 벌인다. 지면 짐을 싸야 하는 토너먼트인 만큼 총력전에 나서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란에 대한 심적 부담, 조별예선에서 드러난 골 결정력 부족, ‘수비의 핵’ 김민재의 결장 공백 등 3대 난제 극복이 과제로 떠올랐다.
조별리그 E조 2위를 차지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23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F조 1위 이란과 16강전을 치른다.
이란은 국제대회 중요 고비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부담스러운 상대다. 한국은 성인대표팀 대이란 전적에서 9승 8무 13패로 열세다. 또 U-23 축구 대표팀 간 경기는 4승 1무 2패로 우위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우리에게 좌절을 안겼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기세등등하던 한국 대표팀은 그해 부산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이란에 승부차기 끝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이란에 0대 1로 졌다.
이런 부담을 털어내려면 선제골을 넣어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유리하다. 골키퍼를 제외한 19명이 21세 이하일 정도로 어린 이란 대표팀의 구성을 감안할 때 한국이 선제골을 넣으면 상대방의 멘털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바닥을 드러낸 대표팀의 골 결정력이다. 한국은 20일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도 슈팅을 26차례나 기록했지만 유효슈팅은 8차례에 그쳤다.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손흥민의 골을 제외하면 결정적 찬스를 번번이 놓쳤다. 1대 2 충격패를 당한 17일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슈팅 수에서는 14대 5로 앞섰으나 유효슈팅 수는 2대 3으로 뒤처졌다. 예선 상대들보다 수비가 뛰어난 이란과의 경기에 대비해 세트피스의 세밀함을 높이는 등 득점력을 높일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21일 “대표팀의 전체적인 팀 완성도가 떨어지는데다 골 찬스에서 골을 못 넣고 있다. 수비 조직도 불안하다”며 “선제골을 이란에 내줄 경우 굉장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비의 핵’ 김민재의 공백을 메울 방안도 시급하다. 김민재는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 이어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이란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스리백과 포백을 가리지 않고 수비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했던 만큼 김민재의 빈 자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김학범 감독은 “수비진에 황현수와 조유민이 있다. 둘을 잘 준비시키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량과 큰 경기에서의 대처 능력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김민재 공백을 완벽히 메울지 의문이다.
대표팀은 21일 오후 16강전이 열리는 자와바랏주 치카랑으로 이동해 이란과의 결전 준비에 들어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