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초반 한국이 메달 레이스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수영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따내며 치고 나간 상황에서 대표적 효자종목인 태권도를 비롯한 주요 종목 금메달 후보들이 기대에 못 미친 영향이 크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2일(오후 11시 기준)까지 금메달 11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22개를 따내며 3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은 금메달 20개, 은메달 23개, 동메달 24개로 2위에 올라 있다. 금메달은 물론 전체 메달 개수에서도 일본에 뒤져 있다.
직전 대회인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와 비교하면 한국의 대회 초반 부진은 도드라진다. 당시 한국은 대회 4일째 기준 금메달 18개, 은메달 19개, 동메달 21개로 일본(금메달 16개, 은메달 22개, 동메달 22개)을 따돌리고 2위를 기록했다. 이후 대회 7일째 은메달 개수에 뒤져 일본에 잠시 2위 자리를 내준 것을 빼면 한국은 대회 끝까지 2위를 유지했다.
대회 초반 일본에 뒤진 것은 종목 통폐합 등의 영향도 있지만 금메달이 유력시되던 선수들의 부진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먼저 한국의 전통적 효자종목인 태권도는 이미 목표 달성이 물 건너갔다. 태권도 대표팀은 대회 전 품새 3개, 겨루기 6개를 합친 9개의 금메달을 예상했다. 최대 11개까지도 내다봤다. 하지만 22일 남자 63㎏급 조강민, 남자 80㎏급 이화준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23일 걸린 금메달 2개를 모두 가져오더라도 6개에 그친다.
펜싱에선 지난 19일 박상영(남자 에페 개인전)과 김지연(여자 사브르 개인전)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데 이어 22일에는 대회 4연패를 노리던 남자 에페 대표팀이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레슬링에선 이날 그레코로만형 77㎏에서 금메달이 확실시됐던 김현우가 1회전에서 충격패를 당하기도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7개의 금메달을 땄던 볼링 역시 이날 여자 3인조 경기에서 첫 번째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역도 남자 69㎏급 원정식은 용상 3차례 시기에서 모두 실패해 합계 기록 없이 경기를 마쳤다.
반면 2020 도쿄올림픽에서 30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일본은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메달밭’인 수영에서 이날까지 중국과 같은 14개의 금메달을 딴 데다 카누, 배드민턴 등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했다. 일본은 공개적으로 메달 획득 목표를 밝히진 않았으나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전 일본의 예상 금메달 숫자를 50개에서 60개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6회 연속 종합 2위(금메달 65개)라는 한국의 목표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1986 서울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따돌리고 종합 2위에 오른 이후 일본에서 열린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쭉 2위를 유지해왔다. 양궁 등에서 금메달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7∼28일 한국의 성적과 많은 메달이 걸린 육상, 유도, 사이클 등에서 일본의 성적이 한국의 6회 연속 종합 2위 달성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