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레슬링 경기가 모두 마무리된 이곳엔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메달수여식만이 마지막 행사로 남아 있었다. 이란 선수를 꺾고 동메달을 따낸 한국의 김민석(25)이 부랴부랴 모습을 드러냈다. 땀에 젖은 경기복을 단복으로 갈아입었지만, 여전히 숨을 몰아쉬며 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메달리스트들의 자리로 향하다 한 선수를 보곤 반색했다. 머리를 민 채 험상궂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일본 대표팀의 소노다 아라타였다. 소노다도 김민석과 같은 동메달이었다. 김민석의 직전 경기에서 개최국 인도네시아 선수를 이기고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김민석은 소노다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그는 스마트폰을 든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은 뒤 소노다의 어깨를 툭 쳤다. 이내 철거될 예정인 레슬링 경기장에서 ‘셀카’를 남기자는 의미였다. 130㎏ 거구인 둘은 좀체 한 화면에 들어오지 않았고, 소노다는 민망해 했다. 소노다가 가까이 붙지 않자 김민석은 레슬링 기술을 쓰듯 소노다의 어깨를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다.
메달수여식을 마친 김민석은 “어렸을 때부터 엄청나게 친한 선수”라고 소노다를 소개했다. 소노다는 그런 김민석을 보며 씩 웃었다. 실력이 좋은 둘은 국제대회의 입상자로도 자주 만났고, 때로는 메달의 색깔을 가리는 승부를 펼쳐 왔다고 한다.
이번 대회 한국 레슬링 대표팀의 마지막 메달리스트가 된 김민석은 “비록 동메달이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하늘이 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노다와 같은 메달 색깔이라 더욱 의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