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참사’가 결국 ‘가계소득 쇼크’를 불렀다. 소득분배 악화의 출발점은 일자리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취업자 비중이 줄면서 일자리에서 나오는 소득이 쪼그라들었다. 제조업에서 시작된 경기 위축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냈다. 이와 달리 고소득 가구는 안정적 일자리의 혜택을 누렸다. 최저임금 인상 등 급격한 고용노동정책은 이런 양극화 현상에 속도를 붙였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5.23배를 기록했다. 2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5.24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을 하위 20% 가구로 나눈 값이다. 가구당 가구원 수 편차를 없애기 위한 ‘균등화’ 보정작업까지 거친다. 소득 5분위 배율은 2015년 4.19배까지 떨어진 이후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그만큼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원인은 일자리에 있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가구원 중에 일하는 사람의 비중이 줄었다. 올해 2분기 하위 20% 가구의 평균 취업인원은 가구당 0.68명이었다. 지난해 2분기 0.83명에서 18.0%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중산층 가구까지 이어진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의 평균 취업인원은 4.7%, 3분위(소득 하위 40∼60%)는 2.1% 줄었다. 반면 4분위(상위 20∼40%)는 2.5%, 5분위(상위 20%)는 5.0% 늘었다. 저소득층일수록 노동시장에서 더 빨리 밀려나면서 가구 전체의 소득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 고소득 가구는 임금 상승효과를 누리며 소득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일자리 지표와 연결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자동차산업 부진 등 제조업 위축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달 5000명까지 내려앉았다. 가장 먼저 사라진 일자리는 노동 여건이 불안정한 임시·일용직이었다. 지난달에 임시직은 10만8000명, 일용직은 12만4000명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또 경기침체는 1인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 도미노’로 이어졌다. 1인 자영업자 수는 10만2000명이나 줄었다. 통계청 박상영 복지통계과장은 “2015년부터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고,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제조업 활력이 낮은 상황이다. 이런 내수 침체가 서비스업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고령화 현상은 불 난 곳에 기름을 끼얹었다. 1분위 가구주의 평균연령은 62.5세였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새로운 일자리를 갖지 못하거나 열악한 직장에 재취업하게 되는 고령자가 1분위 가구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5분위 가구주 평균연령은 50.1세였다.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노동정책의 급속한 추진도 ‘가계소득 쇼크’에 한몫을 했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기업은 인건비 상승 부담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경기 위축으로 어려운 기업들은 인력 감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으로 취약 고용계층 중심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자영업자는 폐업으로 몰리고 있다”며 “일자리 ‘위협’이 ‘위험’ 수준으로 현실화했다”고 지적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