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호주 청년이 사건 발생 5년 만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호주 퀸즐랜드주 최고법원은 23일(현지시간) 여대생 반은지(당시 22세·사진)씨를 살해한 혐의로 알렉스 루벤 맥이완(25)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ABC방송 등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맥이완은 2013년 11월 24일 새벽 브리스번에서 일을 하러 가던 반씨를 이유 없이 폭행해 숨지게 했다. 당시 반씨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호주에 입국해 호텔 청소 일을 하고 있었다. 맥이완은 반씨 머리와 얼굴 부위에 큰 상처를 입힌 뒤 가로수 아래 방치했다.
맥이완은 재판에서 악마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맥이완은 반씨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고의로 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맥이완의 변호인은 그가 조현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변론했다. 하지만 재판에 출석한 심리학자 3명은 사건 당시 맥이완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로슬린 앳킨슨 판사는 판결문에서 “맥이완은 당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맥이완은 자신의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은 맥이완이 20년 동안 복역한 후 가석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판결 당시 반씨 가족들도 방청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종신형이 선고되자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았다. 반면 맥이완은 판결을 들은 이후에도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