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나… 기대했던 낭보 기대주들의 금메달 수확
23일은 한국 기계체조의 날이었다. 남자 마루 종목의 김한솔에 이어 여자 도마에서도 ‘체조 요정’ 여서정이 동반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기계체조 외에 태권도와 사격에서도 귀중한 금메달을 수확하며 2위 일본에 대한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김한솔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엑스포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마루 종목 결선에서 감점 없이 14.675의 높은 점수를 획득, 당당히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제2의 양학선’으로 불리며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김한솔이지만 그의 주종목은 마루운동이다. 김한솔 스스로 “마루에서 잘 풀리면 도마도 잘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한솔은 도약할 때 유난히 몸이 가벼웠다. 다른 선수들보다 높이 뛰고 많이 비트는 공중 동작을 펼쳤음에도 균형이 완벽했다. 모두가 숨죽인 마지막 공중회전, 착지 후 김한솔의 두 발은 흔들림 없이 땅에 붙어 있었다. 김한솔은 전광판을 보지도 않고 관중석으로 몸을 돌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아름다운 도약과 안정적인 착지가 계속될 때마다 경기장은 박수소리로 넘쳤다.
‘도마의 신’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딸 여서정도 완벽한 기량을 뽐내며 여자 기계체조의 32년 묵은 숙원을 풀었다. 도마 예선 평균 14.450점으로 1위를 기록한 여서정은 이날 결선에서도 14.387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기계체조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은 1986 서울아시안게임 당시 서선앵(평균대)과 서연희(이단평행봉) 이후 처음이다. 여자 도마 종목에선 사상 최초다. 여서정은 1994 히로시마와 1998 방콕 아시안게임 도마 2연패를 달성한 아버지와 함께 ‘부녀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태권도 간판 이대훈은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남자 겨루기 68㎏급 결승에서 이란의 아미르모함마드 바크시칼호리에게 12대 10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따냈다. 첫 경기부터 준결승까지 20점 이상의 여유 있는 점수 차로 승리했던 이대훈은 결승 초반 바크시칼호리에게 몸통 공격을 허용하며 1-4로 리드를 내줬다. 하지만 태권도 최강자다운 면모를 발휘하며 2라운드 들어 7-6으로 따라붙었다. 3라운드서 7-7 동점을 만든 뒤 얼굴 공격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2010 광저우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63㎏급을 제패했던 이대훈은 이번 대회에선 68㎏급으로 한 체급을 올려 아시안게임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금맥이 터지지 않아 전전긍긍했던 사격에서는 신현우가 첫 금메달을 신고했다. 신현우는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슈팅레인지에서 열린 남자 사격 더블트랩 결선에서 74점을 쏴 우승을 차지했다. 승부 막판까지 인도의 샤르둘 비한과 접전을 펼쳤지만 72-73에서 마지막 2발을 모두 명중시키는 저력을 보이며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백상진 기자 neosarim@kmib.co.kr
▒ 아뿔싸… 이변의 희생양 기대주들의 노골드 충격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중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안타까운 이변’의 주인공이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절대 우위를 유지해왔던 태권도, 양궁은 물론이고 펜싱 등에서도 예상 밖 패배가 잇따르고 있다.
여자양궁 세계 1위 장혜진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리커브 본선 8강에서 덜미를 잡혔다. 장혜진은 이 경기에서 인도네시아 다이난다 코이루니사에게 세트 스코어 3대 7로 졌다. 양궁은 각 세트별로 승패를 결정해 이길 경우 2점, 비길 경우 1점의 점수를 부여한다.
장혜진은 홈 관중의 일방적 응원 탓인지 첫 세트부터 흔들렸다. 1세트를 25-28로 내준 장혜진은 2세트를 28-25로 이겨 세트 스코어 2-2를 만들었다. 하지만 3세트(22-25)를 다시 내준 후 4세트(27-27)에 동점을 이뤄 힘든 상황을 맞았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5세트에서 28-29로 지면서 탈락했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강채영 역시 준결승에서 중국의 장신옌에게 세트 스코어 4대 6으로 져 한국은 여자 리커브 개인전에서 금메달 달성에 실패했다. 한국이 여자 리커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못 딴 것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이다. 강채영은 28일 동메달에 도전한다.
오전에 열린 태권도 여자 49㎏급 8강에선 강보라가 세계 1위 태국의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에게 8대 27로 대패했다. 강보라는 태권도 대표팀의 유일한 고등학생이지만 지난 5월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같은 선수를 꺾고 우승해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대표팀 코치진으로부터도 “이대훈과 함께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이대훈(남자 68㎏급)이 금메달을 추가했지만 목표였던 금메달 9개에 크게 부족한 5개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6연패에 도전했던 여자 펜싱 플뢰레 대표팀은 이날 단체전 준결승에서 일본에 36대 45로 져 금메달 달성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98개의 메달을 딴 남현희, 이번 대회 개인전 정상에 오른 전희숙을 내세워 선전이 예상됐으나 경기 초반 0-10으로 끌려가며 주도권을 내줬다. 경기 중간 남현희의 선전으로 31-39까지 따라붙었으나 경기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선 김혁이 동메달을 목에 걸어 24년 만에 이 종목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은 1998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마장마술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싹쓸이해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