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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이 역대급 태풍 ‘솔릭’ 위력 키웠다

기상청 예보관이 23일 서울 동작구 국가기상센터에서 당초 예상보다 진로를 급히 동쪽으로 튼 제19호 태풍 ‘솔릭’의 이동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역대급’이었던 올해 폭염이 태풍 ‘솔릭’의 위력을 강화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24일 육상에는 최대속도 30∼40㎧, 해안과 산지에는 50㎧가 넘는 강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초속 30m는 시속 약 110㎞로 달리는 자동차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버티는 것과 비슷한 세기다. 사람이 가만히 서 있기 힘들고 가로수나 신호등, 전신주가 바람을 못 이겨 쓰러질 수 있다. 초속 50m 이상이 되면 자동차가 뒤집히고 콘크리트 건물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날씨 전문가들은 유달리 더웠던 올해 날씨가 솔릭의 위력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태풍의 에너지 공급원은 높은 온도의 해수면 위에 떠 있는 수증기다. 대기 상층으로 올라간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것이 태풍의 운동에너지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26∼27도 이상 돼야 태풍이 발생하고 유지된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보통 고위도로 올라갈수록 수온이 떨어져 태풍이 약화된다”며 “그런데 올해는 폭염으로 뜨거운 상태인 바다가 지속적으로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하다보니 솔릭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상륙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이 강한 태풍을 일으키는 게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태풍은 열대지방에서 발생하지만 솔릭은 태풍이 만들어지기 힘든 고위도에서 생겨났다”며 “지구온난화에 따라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세계적으로 강한 태풍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학계 내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솔릭의 위력과 폭염 간에 상관성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윤익상 기상청 예보관은 “올해 서해상 온도는 평년보다 높지만 남해 수온 등은 낮기 때문에 해수면 온도가 태풍에 특별히 더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순 없다”며 “만약 제주도 부근의 바다 온도가 높았다면 솔릭이 970h㎩ 이상의 세기를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릭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진 데에는 제20호 태풍 ‘시마론’뿐만 아니라 폭염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안 교수는 “태풍이 올라오는 길목(일본 열도 남서쪽)에 수온이 따뜻했다”며 “차가운 바다였다면 빨리 지나갈 텐데 높은 수온의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느라 느려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솔릭은 24일 오후 늦게야 동해안을 거쳐 한반도를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본 남쪽 바다에서 북상 중인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24일 동해를 남에서 북으로 관통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을 강하게 밀어낼 예정”이라며 “이때 솔릭의 북상 경로가 열리면서 한반도를 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솔릭의 예상 이동경로는 시마론의 움직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솔릭이 강원도를 통해 동해로 빠져나가기 전 시마론에 가로막힐 경우 두 개의 강력한 저기압이 맞부딪치면서 예상보다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릴 수 있다.

안규영 박상은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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