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마라톤에 참가한 한국의 김도연(25)이 참가자 중 6번째로 결승선이 있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육상 경기장에 들어왔다. 김도연은 골인 직후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아냈다. 김도연에 1분여 앞서 4위로 들어와 있던 최경선(27)이 그를 끌어안았다.
김도연은 국민일보에 “많은 분들이 메달을 바랐고 응원해 주셨는데,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 듯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부상의 후유증을 안고 완주한 42.195㎞였기에 흐른 눈물이었다. 김도연은 “전지훈련 중 다리에 부상을 입어 목표로 했던 훈련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었다”며 “지금은 괜찮은 상태다. 부상 사실을 말하긴 싫다”고 했다.
김도연은 이날 중간지점까지는 2위로 달렸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며 페이스가 처졌다. 최종 기록인 2시간 39분 28초는 그가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웠던 것보다 14분 가까이 늦다. 김도연은 “후반에는 날씨가 너무 덥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로 이날의 컨디션을 설명했다.
원래 5000m와 1만m를 뛰던 김도연은 마라톤 선수로 변신한 뒤 단 3차례의 완주 만에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거란 기대감이 컸다. 케냐 선수를 귀화시켜 대회에 내보내는 바레인과도 승부할 만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불의의 다리 부상과 훈련 공백이 발목을 잡았다.
김도연은 초반에 선두권이 페이스를 올리지 않자 “후반의 승부를 위해서 참자”는 생각을 거듭했다고 한다. 스퍼트 타이밍을 노린 것이다. 30㎞ 지점을 지나 메달권에서 조금씩 뒤처질 때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지금은 “늦잠을 푹 자 보고 싶다”고 한다. 김도연은 전지훈련 내내 새벽에 일어나 뛰었다.
김도연의 등을 보고 뛰던 최경선은 25㎞ 지점 이후 김도연을 지나쳐 앞으로 치고 나갔다. 김도연은 “‘언니는 꼭 메달을 땄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2시간 37분 49초로 4위에 오른 최경선은 결승선에서 김도연을 기다렸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