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 간판 남현희, 20년 선수 생활 마무리 “나에게 99점 주고 싶다”

사진=윤성호 기자


한국 펜싱의 간판 남현희(37·사진)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남현희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 펜싱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을 따면서 본인의 99번째 국제대회 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현희는 “내게 99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현희는 단체전 다음 날인 지난 24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펜싱 경기장에서 국민일보를 만나 “어제 경기가 은퇴경기였다”고 말했다. 남현희는 지난 23일 일본과의 여자 플뢰레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8번째 대결 주자로 나섰다. 15살 어린 일본의 신예를 상대로 단 4점을 내주고 13득점했다. 팀은 패했다.

신장이 154㎝인 남현희는 불리한 신체조건을 스피드로 극복해 왔다. 상대가 자신을 찌르기를 기다려 중심 아래를 파고드는 펜싱을 펼쳐 왔다. 남현희는 “마지막 경기에서 많은 득점을 했던 것도 결국 그 기술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남현희는 “2020 도쿄올림픽에는 도전하지 않겠다. 출전 티켓을 딸 자신은 있지만 너무 지쳤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국가대표 펜싱 선수로 살아온 결과 남현희는 무릎 연골이 다 닳아 없어졌다. 칼을 들고 상대를 향해 내미는 왼쪽 엉덩이뼈는 오른쪽보다 3배 가량 웃자랐다. 허벅지 근육은 수없이 찢어지고 붙기를 반복해 팽팽하게 굳었다고 한다.

남현희는 1999년 만 17세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땅콩 검객’ ‘소녀 검객’으로 소개됐지만 이젠 ‘엄마 검객’이라 불린다. 그는 2013년 출산 이후에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번 대회까지 꾸준히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남현희는 “가족의 힘으로 버텨 왔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