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림, 허들 위를 날아 ‘금빛 질주’

정혜림이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허들 100m 결승에서 1위로 들어온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허들 공주’ 정혜림(31)이 ‘금빛 레이스’를 펼치며 아시아 ‘허들 여왕’에 등극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육상 종목에서 8년 만에 금메달 수확을 재개했다.

정혜림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육상 허들 100m 결선에서 13초2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결선 6레인에서 출발한 정혜림은 첫 허들을 넘을 때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다. 10개의 허들을 실수 없이 침착하게 넘으며 점점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 끝에 선두를 뺏기지 않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비록 자신이 목표로 세웠던 12초대 진입에는 조금 모자랐지만 한국 육상에 귀중한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은메달은 인도네시아의 노바 에밀리아노(13초33)가, 동메달은 홍콩의 루이 라이유(13초42)가 차지했다.

정혜림의 금메달은 3번의 아시안게임 도전 끝에 따낸 값진 성과다. 그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결선에 진출했지만 마지막 허들에 걸려 4위에 그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정혜림은 좌절하지 않고 차근차근 기록을 끌어올렸다. 나이가 서른줄에 접어들수록 기록이 더 좋아졌다. 29세이던 2016년 6월 고성통일 전국실업대회에서 13초04로 역대 한국 선수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우수한 기록을 세우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지난해 7월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13초16으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아시안게임 직전인 지난 6월 일본 돗토리현에서 열린 후세 국제스프린트 그랑프리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아시아 최고 성적을 낸 중국의 우수이자오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정혜림의 금메달 가능성은 더 커졌다. 앞서 정혜림은 전날 열린 여자육상 허들 100m 예선에서 13초17로 1위에 올라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정혜림이 첫 금메달을 신고하면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노골드’ 수모를 겪었던 한국 육상도 탄력을 받게 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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