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전승 우승을 목표로 잡았던 한국 야구 대표팀이 대만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패하면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전승을 하지 않는 한 금메달 따기가 쉽지 않게 됐고 경기시간, 투수 운용이 모두 꼬여버렸다. 프로 올스타급으로 뽑은 대표팀이 아마추어 중심의 대만에게 무력하게 무릎 꿇으면서 동메달에 그친 2006년의 ‘도하 참사’ 이상의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선동열호’는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한국과 대만이 예선전 이후 진행되는 슈퍼 라운드에서 나란히 1승 1패를 거둘 경우 승자승 원칙에 따라 대만이 결승에 오르기 때문이다.
경기 일정도 불리해졌다. 예선전을 포함해 3경기 연속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 한낮에 치르게 됐다. 한국은 28일 낮 12시(이하 현지시간)에 홍콩과 예선 마지막 경기를 한다. 이는 예정된 일정이다. 그런데 슈퍼라운드에서도 낮 경기가 이어진다.
슈퍼라운드에는 A조의 일본과 중국, B조의 대만과 우리나라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를 이긴 대만이 조 1위가 된다는 가정 하에 우리는 30일 A조 1위와 낮 12시에 슈퍼라운드 1차전을 치른다. 다음 날 A조 2위 팀과 경기하는 슈퍼라운드 2차전도 같은 시간에 열린다. 섭씨 30도가 넘는 자카르타의 찜통더위 속에서 3일 연속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대만전에서 가장 믿을만한 양현종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슈퍼라운드에서의 투수 운용도 마땅치 않게 됐다. 당장 1차전에서 격돌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과의 승부에서부터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선동열 감독 특성상 선발·마무리 투수 구분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한국은 사실상 슈퍼라운드에서 A조 두 팀에 전승해야 결승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결승전을 생각하고 투수진 운용에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닌 셈이다. 양현종을 제외하고는 슈퍼라운드 1, 2차전에 최원태(넥센 히어로즈)를 필두로 모든 투수가 대기하는 물량공세가 예상된다.
게다가 대만전 패배에 따른 국내의 따가운 여론으로 인해 부담감과 조급증을 버리지 못할 경우 일본전 승리도 확신하기 쉽지 않다. 일본은 전원 사회인야구 출신으로 구성돼 우리보다 한수 아래인 것은 맞지만 조직력이 만만찮아 힘든 승부가 예상된다.
만약 2006 도하아시안게임처럼 한국이 야구에서 대만과 일본에 잇따라 패해 금메달을 못딴다면 후폭풍은 12년 전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당시에는 대만 역시 프로선수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패배가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대만·일본 모두 주전멤버들이 아마추어 위주로 편성돼 프로리그를 중단하고 정예멤버를 소집한 한국의 패배를 팬들이 용납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몇 년새 진행된 국내프로야구(KBO)의 타고투저에 따른 거품 논란이 다시 부각될 뿐 아니라 고공행진하던 프로야구 인기도 한풀 꺾일 수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