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가 생겼다. 좋은 모습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다들 좋게 봐주실 것 같다.”
자신이 한 말은 현실이 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명단 발표 이후 ‘인맥 축구’ 논란에 휩싸였던 황의조가 대회 들어 가공할 골 결정력을 과시하며 팬들의 의구심을 단번에 지워나갔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부 팬들이 황의조가 과거 김학범 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이끈 K리그 성남 FC에서 선수로 뛴 것을 거론하며 사적인 이유로 뽑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연세대 출신인 황의조가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과 학연으로 연결돼있다는 루머도 퍼졌다.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등 국가대표급 공격수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또 한 명의 공격수인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써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억울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황의조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며 칼을 갈았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바레인전에서 3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황의조는 매 경기 선발로 나오며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2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활약은 백미였다. 선제골과 역전 골, 동점 골을 홀로 넣었고 연장 후반 결승골이 된 페널티킥도 얻어냈다. 팬들은 환호했고 미운 오리 새끼는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백조로 거듭났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에서만 8골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에 섰다. 한국선수로는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11골을 넣은 황선홍에 이어 단일 아시안게임 득점 2위다. 준결승과 결승전을 치를 경우 아시안게임 최다 득점 기록 경신도 가능할 전망이다. 역대 한국 와일드카드 가운데 최다 득점자이기도 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