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편이 어려워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장학생으로 선발해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이번에 1m92㎝의 기록으로 높이뛰기 1위를 했습니다.”
2011년 6월 대전 송촌중학교의 육상 선수였던 우상혁(22)은 본인을 후원해 주는 대전 지역 교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러한 글을 남겼다. 그는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춘계 전국 육상경기대회에서 1m92㎝로 남중 높이뛰기 1위를, 소년체전에서는 2위를 했다”고 전했다. 소년체전에서는 1위와 똑같은 높이를 넘었지만 성공 시기 차로 2위가 됐다며 1위가 아닌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한달 뒤인 2011년 7월엔 “1m95㎝의 기록을 세웠다”며 3㎝의 성장을 알렸다.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된 날, 국가대표가 된 날에도 감사의 글을 남겼다.
우상혁은 달리는 것이 기분 좋다며 부모님을 졸라 육상선수를 시켜 달라고 했다. 가정 형편상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우상혁의 재능을 눈여겨본 윤종형 감독이 초등학생 때부터 그를 맡았다. 뜻을 함께하는 교사들이 돈을 모아 우상혁을 지원했다.
우상혁이 극복해야 했던 건 어려웠던 형편뿐만이 아니었다. 8살이던 때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은 ‘짝발’이다. 신장(188㎝)도 높이뛰기 선수로서는 큰 편이 아니다.
모든 환경이 역경이었지만, 우상혁은 바를 앞에 두고 늘 웃는 표정이다. 비록 ‘짝발’이지만 도약할 때 구르는 발인 왼발은 멀쩡하다는 식이다. 작은 키에도 높이 뛰는 외국 선수들이 많다며 우상혁은 움츠러들지 않았다고 한다. 육상 대표팀의 이왕복 총감독은 “우상혁은 나이에 비해 정신연령이 높은 선수”라고 말했다.
우상혁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도 미소 띤 얼굴이었다. 그가 넘어야 할 바는 지면에서 2m28㎝ 높이에 걸려 있었다. 껑충껑충 달려간 그는 힘차게 날아올라 바를 넘었다. 본인의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중국의 왕 유에 2㎝ 뒤져 은메달을 딴 우상혁은 태극기를 두르고 여느 때처럼 환하게 웃었다. 남자 높이뛰기에서의 메달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진택의 금메달이 나온 이후 16년 만이었다.
육상 지도자들은 그가 이진택의 한국신기록(2m34㎝)을 깰 것이라 믿는다. 이 총감독은 “우상혁은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아직 연령이 어린 대기만성형 선수”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