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탁구 단체 금메달이 결정된 28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엑스포홀. 중국 관중들의 극성스런 ‘짜요’ 함성이 울려퍼지는 경기장 한편으로 패장인 김택수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메달수여식을 위해 은메달 자리에 줄을 서는 선수들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 애들이 참 잘해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남녀 모두 해볼 만하다고도 했지만, 사실 중국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많은 인구가 탁구를 즐기고, 무한 경쟁을 통해 선수로 육성되는 중국은 남다른 기술을 자랑한다. 중국은 남자 대표팀이 단체 준결승전에서 대만에 3대 1로 승리하며 1게임을 내줬을 뿐, 그를 제외하면 남녀 모두가 예선부터 결승전까지를 모두 3대 0으로 승리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보면 중국은 독을 품고 나온 느낌이다. 정말 무섭게 쳤다”고 했다. 에이스 이상수가 결승전 제1경기로 출전했지만 세트마다 2∼3점을 따내는 데 그치며 완패했다. 김 감독은 “어려운 경기를 하고 올라왔던 우리 선수들은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은 홍콩과 북한을 3대 2로 이기고 올라왔다. 쉬운 승부를 치르고 올라온 중국에 비해 피로했다. 물론 수월한 결승진출 역시 실력이라는 점은 선수들도 부정하지 않는다.
완패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희망을 찾았다. 그는 “세밀한 기술이 조금 부족했을 뿐,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인 1998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당시 최강자였던 중국의 류구오량을 단식 결승에서 꺾었던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는 순간의 이야기를 많이 해 줬다고 한다. 김 감독이 류구오량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공세로 돌아서 포인트를 따냈던 ‘32구 랠리’는 아직도 탁구팬들 사이에 회자된다.
정영식은 머리를 짧게 깎고 이번 대회에 임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판젠동을 상대로 첫 세트를 따냈고, 끈질긴 랠리로 한국탁구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달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3관왕을 한 장우진은 왕추친을 상대로 먼저 공격을 걸었다. 김 감독은 “게임스코어는 0대 3이지만,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나도 선수들도 잠을 잘 못 잤다”고 말했다. 남자탁구 단체전은 아시안게임 7연속 은메달이다. 정작 대표팀은 “혹시라도 이번에 결승진출의 맥이 끊기면…”하는 생각에 불안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홈그라운드에서 다시 맞붙을 2020년까지 우리가 중국에 대비해 준비할 게 많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부산에서 열리고, 도쿄올림픽도 있다. 김 감독은 “비록 오늘은 졌지만, 우리 애들은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