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물어다주던 집토끼는 놓쳤고 새로 메달을 가져다줄 산토끼는 쫓지 못했다. 한국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그 어느 종목에서도 확실한 메달을 차지하는데 실패하면서 아시아 스포츠강국으로서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 2위인 중국·일본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확실한 메달밭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나오면 금메달이 당연시되던 태권도와 양궁의 경우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다. 여기에다 기초 종목인 수영과 육상 등에서의 전력은 여전히 약해 중·일에 대한 추격 동력을 상실했다.
최강국인 중국은 수영에서만 50개, 육상에서 24개 메달을 휩쓸었다. 간판 수영 스타인 쑨양(27)은 자유형에서 가볍게 4관왕에 올랐다. 세대교체도 활발하다. 쉬지아위(23)와 왕젠자허(16)는 각각 남자 배영, 여자 자유형 등에서 금메달 5개와 4개를 목에 걸었다. 중국은 전통 무도인 우슈에서도 전체 14개의 금메달 중 10개를 휩쓸며 지존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에 대대적으로 투자해온 일본도 수영에서 52개, 육상에서 1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수영계의 만 18세 ‘신성’ 이케에 리카코는 금메달 6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내며 일본 수영의 미래를 밝게 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9개로 규모가 크게 확대된 무도에서 선전하고 있다. 무도 세부종목 중 하나인 펜칵실랏은 동남아의 전통 무술이고, 쿠라쉬는 중앙아시아에 보급된 격투기다. 개최국 인도네시아는 현재까지 펜칵실랏에서만 금메달 14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4위에 올랐다.
반면 한국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양궁, 태권도 등에서 미끄러졌다. 최대 7개 금메달을 노렸던 양궁 대표팀은 4개로 반타작 수준에 그쳤다. 종주국인 태권도에서도 기대만큼의 실력을 선보이지 못하며 금메달 14개 중 5개만을 확보했다. 전반적인 전력 평준화로 특정 종목의 메달을 독식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하계 종목의 꽃인 수영과 육상은 아예 금맥이 말랐다. 두 종목 합쳐 100개가 넘는 금메달이 걸려있지만 한국은 고작 각각 1개씩밖에 얻지 못했다. 이로 인해 3위인 한국은 일본에 대한 추격보다 오히려 개최국 인도네시아에 추월당하지 않을 지를 걱정해야할 상황이 됐다.
송주호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는 “성적이 조금만 나오지 않아도 책임을 묻는 구조 아래서는 단발적 지원책만 남발될 수밖에 없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유관 협회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