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국과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일본이 아시아 축구 최강국 자리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라인업만 놓고 보면 한국이 확연히 우위에 있다. 다만 ‘금메달 아니면 패배’라는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과 일본은 9월 1일 오후 8시30분 인도네시아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과 일본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맞붙는 건 처음이다.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인 4회 우승에 빛나는 한국은 2014 인천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아시안게임 1회 우승에 그친 일본은 2010 광저우 대회 이후 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 상대전적에서는 한국이 6승4무5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양 팀 선수의 면면이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국은 병역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위해 최정예 전력을 꾸렸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조현우(대구 FC), 여기에 올 시즌 일본 J리그에서 득점력이 폭발한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와일드카드로 불러들였다. 손흥민 황의조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황희찬(잘츠부르크)으로 이어지는 공격진은 미래의 국가대표팀 라인업으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해외파 공격진의 호흡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황의조가 무려 9골을 몰아치며 대회 득점왕을 예약한 가운데, 이승우 손흥민 황희찬도 한 차례 이상씩 골맛을 봤다.
이에 비해 일본의 진용을 보면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일본은 2020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어린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주는 것을 이번 아시안게임의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일본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의 축구 경기 출전 연령인 23세 이하보다도 어린 21세 이하 선수로 전원 구성됐다. 와일드카드도 해외파도 없다. 선수들은 대학 혹은 프로리그 초년병들이다.
경험과 기량 면에서 한국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일본 내에서는 자국 팀이 아시안게임 결승전에 진출한 것만 해도 성공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한국을 상대로 이기지 못해도 비난받을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기량과 처지가 극과 극일 정도로 차이가 나는 현 상황이 되레 ‘김학범호’의 심적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팀의 전력 상 국민들 사이에 아시안게임 우승이 당연시 여겨지는 분위기다. 또 선수들에게는 민감한 병역혜택 문제가 걸려 있고, 숙명의 라이벌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부담감이 지나치면 의외로 경기가 꼬일 가능성이 큰 게 스포츠다.
결국 한국은 4강 베트남전에서 선보인 것처럼 초호화 공격진을 총동원해 조기에 승부를 결정짓는 닥공(닥치고 공격) 전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학범 감독은 “빡빡한 대회 일정 탓에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지만 마지막 결승전까지 정신력으로 버티겠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