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종목’들 줄줄이 부진, 육상·수영 기초종목도 초라… 유망주 가뭄에 선수층 얇아
김연경 “주축선수 30세 넘어” 체육회 “생활체육 강화할 것”
폐회식서도 남북 공동 입장… 남 서효원·북 최일이 기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종합 3위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당초 금메달 65개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그에 한참 못 미치는 49개를 따내며 종합 2위 자리를 일본에 내줬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3위를 기록한 것은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만이다. 금메달 수는 1982 뉴델리아시안게임(28개) 이후 가장 적었다.
이는 소위 ‘효자종목’의 부진 때문이었다. 김성조 선수단장은 2일 “한국의 전통적 강세종목이던 태권도 양궁 배드민턴 볼링 승마 골프 역도 정구가 당초보다 미흡한 성적이었다”고 말했다. 그간 불모지라 불리던 육상과 수영에서 금메달이 1개씩 나왔지만 일본과의 격차를 좁히기엔 부족했다.
대회 기간 내내 한국 선수단의 메달 목표관리 현황을 점검했던 대한체육회와 선수단 관계자들은 “후진을 양성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수영의 박태환, 배드민턴의 이용대, 역도의 장미란을 잇는 차세대 스타가 없다는 얘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운동선수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젊은 선수층의 토대가 얇아졌다”고 말했다.
‘무서운 신예’의 부족은 대회 기간 여러 종목에서 발견됐다. 레슬링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의 아시안게임 입상자들을 보면 22∼25세다. 한국 대표팀은 29∼32세가 많다”고 했다. 여자배구의 김연경은 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 “우리는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대부분 30세를 넘겼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은 엘리트체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 대한체육회는 오히려 생활체육을 강화, 스포츠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그간 소수의 선수들을 통해 스포츠강국으로 군림했다면, 앞으로는 선진국형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학교 체육과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해 넓은 선수 자원 속에서 훌륭한 기량을 가진 이가 국가대표가 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병역혜택의 통로가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체육계는 여론을 수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단순히 금메달을 따지는 게 아니라 세계선수권,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마다 포인트를 둬 일정 수준의 점수를 획득하면 혜택을 주는 ‘마일리지’식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편 남북 선수단은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폐회식에서도 함께 입장했다. 탁구 대표인 남측의 서효원과 북측 최일이 공동기수였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