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따낸 남자 축구 대표팀과 야구 대표팀이 인천 국제공항에 3일 오전 약 1시간 간격으로 입국했다. 글자 그대로 금의환향(錦衣還鄕)이었지만 분위기는 극과 극이었다. 축구 대표팀에게는 팬들의 환호가 쏟아진 반면, 야구팀은 의기소침하고 경직된 모습이었다.
김학범호 ‘금의환향’… 환영 인파 속 꽃길 엔딩
3일 오전 7시30분 인천 국제공항 제2 터미널 B입국장 앞.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곳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을 기다리는 수백여명의 인파로 가득 찼다. 이곳에는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가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태극전사들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예상보다 늦은 약 9시쯤 선수단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태극전사들이 걸어나오자 여고생 등 많은 팬들은 함성과 함께 좋아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빛의조’ ‘뽀짝승우’ 등 선수들을 격려하는 손팻말이 허공에서 연신 흔들렸다.
천신만고 끝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도 예상을 넘은 환영인파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 9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최고의 스타가 된 황의조는 “팬들의 응원에 힘이 났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의조 앞에 있던 팬들이 그의 소감에 환호했다.
김학범 대표팀 감독은 입국 후 기자회견에서 “우승하니까 좋네요”라며 웃은 뒤 “우리 선수들이 팬들의 응원 덕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특히 일본과 치른 결승전에서 연장전 돌입 직전 “태극기 위에 일장기가 올라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선수들의 투쟁심을 부추긴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많은 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축구하면서 처음 우승해봤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우승해 너무 기쁘고 앞으로 계속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함께 해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며 팬들의 응원과 지지에 고마움을 전했다.
인천공항=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선동열호 ‘흙길 귀국’… 환호도 격려도 없었다
“힘이 많이 빠졌습니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무서운 상상도 했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승리투수가 된 양현종의 소감은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비난이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금메달리스트의 기자회견이었지만 양현종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거의 없었다. 양현종의 침울함은 3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 제1 터미널로 입국한 야구 대표팀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회 전부터 야기된 ‘병역혜택용’ 선수 선발에 대한 논란은 금메달을 따내 환영을 받아야 할 선수단의 분위기마저 냉각시켰다. 환영 인파는 축구 대표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통상 우승팀 입국장에 걸려 있곤 하던 감사 플래카드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약 1시간 전 수많은 팬들이 운집해 응원하던 축구 대표팀의 입국 장면과는 천양지차였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표정이 굳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막 비행기를 타고 나와 그렇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그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선수 선발 방식을 고민해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고민해보겠다”고 잘라 답했다.
주장 김현수는 “냉담한 팬들의 반응은 우리들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팀원들이 대회 기간 부담감이 많았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축구 대표팀과 달리 입국할 때 목에 금메달을 걸고 나오지 않았다. 김현수는 “모르고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양 종목 대표팀의 분위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병역특례 문제로 대회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오지환은 “오지환 파이팅”이라는 일부 팬의 응원을 뒤로 한 채 인터뷰를 거부하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인천공항=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