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대표팀에 승선시켜 물의를 빚었던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허재 감독이 5일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허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할 때 자신의 두 아들을 발탁해 특혜 선발 시비를 야기했다. 더욱이 목표인 대회 2연패에도 실패하면서 대표팀의 성적과 공정성을 모두 잃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허 감독은 그간 쌓은 ‘농구 대통령’ 명성에 흠집을 남긴 채 쓸쓸히 퇴장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이날 “허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고, 협회는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과 17일 열리는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예선 요르단, 시리아와의 경기는 김상식 코치가 감독대행 신분으로 대표팀을 이끈다.
허 감독은 대표팀 전임 감독제가 실시된 2016년 7월 사령탑에 올랐다. ‘허재호’는 지난해 8월 레바논에서 펼쳐진 FIBA 아시아컵에서 3위에 올라 기대를 모았다. 당시 대표팀은 폭발적인 3점슛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활용한 패스 플레이, 속공 등이 조화를 이루며 ‘KOR든스테이트(KOREA+미국프로농구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선발 과정에서 허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허 감독은 12명의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두 아들인 허웅(상무·186㎝)과 허훈(부산 KT·180㎝)을 포함시켰다. 허웅은 대표팀에서 뛸 만한 기량을 갖췄지만 원래 포지션인 가드가 아닌 포워드로 뽑아 꼼수 발탁이라는 여론이 뒤따랐다. 허훈은 작은 키에 수비력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허 감독이 아들의 병역면제를 위해 무리하게 선발했다는 잡음이 불거졌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장신 군단’ 이란에 졌는데, 장신 포워드의 부재가 도드라지면서 허웅·훈 형제 발탁에 대한 비판이 다시 일었다. 더욱이 대회 토너먼트부터는 허훈은 단 1초도 출전하지 않아 무리한 선발임을 감독이 자인한 꼴이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결국 협회는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인 4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고 허웅과 허훈을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대신 최진수(오리온·203㎝), 안영준(서울 SK·196㎝), 정효근(인천 전자랜드·202㎝) 등 장신 포워드들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또 이날 협회의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 전원이 아시안게임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허 감독도 여론을 거스르지 못하고 하루 뒤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