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6일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는 외국 정부·기관 등을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12일(현지시간) 서명했다.
‘러시아 스캔들’로 취임 초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두 달도 남지 않은 중간선거에서 공정성 시비가 재발하는 것을 막고, 러시아 스캔들과의 무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AP통신은 이번 서명이 트럼프 대통령이 엄정한 선거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행정명령의 최대 타깃은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캠프와 공모·내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다. 미국은 또 중간선거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중국과 북한, 이란을 지목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논의되는 등 북·미 사이에 모처럼 훈풍이 부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행정명령은 외국 정부·기관 또는 외국인이 미국 선거인 명부 데이터베이스, 투표 기구, 선거 결과표 등 선거 시스템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거나 이를 조작하는 행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또 SNS와 인터넷을 통해 역정보나 선전물을 몰래 유통하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미 정보기관과 법무부, 국토안보부가 합동으로 외국 정부의 선거 방해 여부를 수사한다. 불법 개입이 확인되면 미국 내 자산동결, 미국 금융제도 접근 차단, 해당국가 기업에 대한 미국민의 투자 금지 등 강력한 제재 조치가 가해진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선거 과정에 역정보를 퍼뜨리거나 투표 결과를 조작하려는 어떤 시도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의 엄정성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고 엄호했다. 제2의 ‘러시아 스캔들’을 막아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선거와 관련한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16일 미·러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부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했다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은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 수준으로 중간선거에 개입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살펴보는 것은 러시아뿐만이 아니다”며 “중국과 북한, 이란의 사이버 활동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은 중국 북한 이란의 개입 시도가 실제 있었는지에 대해선 “제재가 발효될 때 공개할 것”이라고 답을 피했다.
미국은 최근 북한에 대한 사이버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6일 박진혁이라는 북한 해커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 정부가 지원한 해커를 정식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박진혁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등 미국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해킹해 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