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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에 버티지만… 中 무역전쟁 ‘苦苦苦’



미국에 갈수록 당하는 양상
고정자산투자 통계 후 최저, 수출 제조업 경영난 본격화
수백만명 대량 실직 우려감, 서방은 첨단기술 中에 빗장
파키스탄 일대일로 재검토, 2000억달러 관세는 현실화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의 국내 경제 타격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다른 나라들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나 차세대 첨단 분야 시장 진입을 막는 등 견제가 심해지고,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한 출구 모색도 더욱 어려워지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8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액은 41조5158억 위안(약 6786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3%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5.6%를 크게 밑돌았다. 1∼7월 누적 증가율은 5.5%였는데 한 달 새 0.2% 포인트 둔화한 것이다. 1∼8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다.

8월 한 달 인프라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감소하며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부채가 걸림돌이다. 일각에선 다음 금융위기 때는 부채 문제가 심각한 중국이 진원지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최근엔 중국 수출 제조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들 업체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 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7월 12%에서 지난달 10%로 둔화했고, 내년에는 5%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특히 중국 광둥성의 경우 제조업 생산액은 29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으며, 수출 주문액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한 케이블 제조업체 관계자는 “상당수 바이어들이 베트남, 인도 등으로 구매처를 옮겼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경영난은 곧 수백만명의 실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서방과 경쟁국들의 중국 견제 속에 통신기술 업체의 외국 시장 참여가 불발되는 등 고립 국면도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선진국 기술기업 인수도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은 올 들어 중국 투자회사의 반도체 장비업체 엑세라 인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등을 무산시켰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중국 기업의 독일 기계장비업체 라이펠트 메탈 스피닝 인수 시도를 막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의 탈출구가 돼야 할 일대일로 구상도 위기를 맞은 상태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과 진행 중이던 일대일로 최대 인프라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중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 특혜 의혹이나 부당행위 등도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이르면 17일(현지시간)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행정부의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재개에 앞서 중국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율은 물가상승을 우려해 일단 10%로 하되 오는 27∼28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성과가 없으면 25%로 높일 수도 있다고 WP는 전망했다. 중국이 무역관행을 바꾸라는 미국의 요구에 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관세는 25%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관세에 대한 논의 상황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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