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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00억 달러 관세”에 中 “600억 달러 보복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달’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다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는 24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미·중 무역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7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국무원이 18일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어치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면서 “관세 부과는 24일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은 올해 말까지 10%이며, 내년 1월 1일에 25%로 인상된다”면서 “만약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서면 267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도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공언대로 될 경우 전체 관세 부과액은 5170억 달러로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 5060억 달러를 상회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은 보복 관세를 할 경우 대미 수출액 전체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24일 낮 12시 1분을 기해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에 5∼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3571개 품목에는 10%, 1636개 품목에는 5%의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3차 관세 조치까지 강행하면서 미·중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게 됐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정당한 권익과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측은 상응하는 반격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의 독단적인 조치는 중·미 무역갈등을 계속해서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초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오는 27∼28일 워싱턴에서 만나 갈등 해소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미국의 3차 관세 발표 직후 류 부총리의 방미 취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무역전쟁을 금융전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 동안 우리는 중국이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고 미국 기업들에 공정하고 호혜적인 대우를 해 달라고 촉구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의 관행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역효과를 점차 신경 쓰는 눈치다. USTR은 지난 7월 총 6031개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이라고 발표했지만 막판에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기기, 유아용 자동차 시트, 자전거용 헬멧 등 일부 소비재는 제외했다. 이에 따라 애플과 핏비트 등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의 IT 기업들은 관세 폭탄의 여파를 잠시 피할 수 있게 됐다.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도 미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제3국으로 돌리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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