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차례 한국야구에 금메달을 선사한 LG 트윈스의 베테랑 투수 봉중근(38)이 정들었던 마운드를 떠난다.
LG 구단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봉중근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봉중근도 구단을 통해 “사랑하는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수 있어 기쁘다. 팬 여러분이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에 대해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LG는 오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봉중근의 사인회와 시구, 은퇴 기념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봉중근은 1997년 서울 신일고 재학 시절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미국프로야구(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봉중근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통해 LG 트윈스에 입단, 한국프로야구(KBO) 무대를 밟았다. KBO 리그에서 12시즌 동안 321경기에 나서 55승 46패 2홀드 109세이브 평균자책점 3.41의 성적을 남겼다. 2011년까지 선발투수로 뛴 그는 이듬해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바꾼 뒤에도 100세이브를 돌파하는 활약을 펼쳤다.
봉중근은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의 주역이었다. 두 차례 아시안게임(2010 광저우, 2014 인천)에서도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2009년 WBC에서는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야구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봉중근은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과의 경기에 3차례 등판해 2승을 거두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였다. 그 대회에서만 총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51의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일본전에서의 활약으로 그는 안중근 의사에 빗댄 ‘봉의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봉중근은 대회 2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1루에 있던 일본의 간판타자 스즈키 이치로에게 두 차례 날카로운 견제 동작을 취하며 황급히 귀루하게 하는 일명 ‘이치로 굴욕’ 장면을 선사해 화제가 됐다.
봉중근의 선수생활을 가로막은 건 부상이었다. 봉중근은 지난해 4월 퓨처스리그 경기 중 어깨 부상을 당했다. 이후 수술대에 오르면서 복귀 시점을 지난 5월로 잡고 재활에 매진했다. 하지만 적잖은 나이에 재활 기간마저 길어졌고, 소속팀과 상의 끝에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