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 그러나 매트 위 희망은 또렷이 보여

시각 장애 유도선수 최광근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유도 100㎏이하급 결승에서 한판으로 금메달을 확정한 후 포효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19일 경기도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결단식에서 전민식 선수단장(앞줄 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선수단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천=사진공동취재단


시각장애 유도 선수 최광근(31·수원시청)은 장애인 유도 100㎏이하급의 절대 강자다. 2010·2014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2연패와 2012·2016년 패럴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 무대와 세계무대를 번갈아 가며 제패했지만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시아경기대회 3연패, 패럴림픽 3연패라는 그의 마지막 목표가 남았기 때문이다.

최광근은 1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한 번이라도 우승하는 게 목표였지만 대회를 거듭할수록 욕심이 생겼다”며 “2020 도쿄 패럴림픽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번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가장 큰 고비”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때부터 유도 도복을 입었던 최광근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연습 경기 도중 상대 선수 손가락에 왼쪽 눈이 찔렸다. ‘망막 박리’ 판정을 받아 수술했으나 결국 실명했다. 왼쪽 눈 실명은 오른쪽 눈의 시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광근은 현재 유도 장애등급 B1∼B3 중 가장 좋지 않은 B1 등급이다. 최광근은 “눈을 다치고 나서는 균형감각, 방향감각, 거리감 등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제는 반복된 훈련으로 어느 정도 극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전처럼 경기를 할 수는 없었다. 최광근은 시력이 나빠지기 전에는 허벅다리 후리기나 잡기 싸움이 많은 기술을 썼으나 시력이 나빠진 후에는 감아치기 같은 몸 전체를 쓸 수 있는 기술을 써 세계 정상에 올랐다. 최광근이 가장 인상적인 경기로 꼽는 2012 런던 패럴림픽 결승전 역시 그의 새로운 장기가 된 허리후리기 감아치기가 빛을 발한 경기였다. 그는 “첫 올림픽 우승인데다 가장 자신 있던 기술로 결승에서 이겼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국은 2000 시드니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런던 대회 전까지 유도 종목에서 ‘노메달’의 침체기를 겪었다.

호성적이 이어지면서 유도를 바라보는 생각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유도 자체를 즐기지 못했지만 현재는 준비 과정을 즐기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광근은 “이제는 정말 유도를 사랑하고, 내 삶의 일부로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정상의 자리에 선 만큼 상대의 견제 역시 심하고, 기술 역시 상당 부분 노출돼있다. 여기에 3주 전 훈련 도중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복병도 만난 상태다. 최광근은 “어릴 때부터 힘들 때마다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며 “그간 대회를 앞두고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던 만큼 이번 대회도 정신력으로 극복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한편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은 이날 결단식을 갖고 종합순위 3위(금 33개, 은 43개, 동 49개)를 목표로 내세웠다. 탁구와 수영에서 남북 단일팀도 추진한다. 탁구의 경우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단일팀을 꾸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수영 역시 혼계영에서 남북 선수가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단일팀 추진과 별도로 개폐회식 공동 입장도 확정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