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 아버지’로 불렸던 배우 겸 코미디언 빌 코스비(81)가 성폭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스비는 미투운동으로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유명인사 중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됐다.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카운티 법원은 여성들에게 약물을 투여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코스비에게 최장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또 코스비를 성범죄자 목록에 등재하도록 관련기관에 요구하고 벌금 2만5000달러를 부과했다.
코스비는 2004년 모교인 템플대학 여자농구팀 직원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인 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는 등 총 3건의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콘스탄드는 2005년 코스비를 신고했으나 당시 수사를 맡은 검찰은 ‘합의하에 이뤄진 일’이라는 코스비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미투운동이 불거지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모델 제니스 디킨슨 등 여성 수십명이 코스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고, 콘스탄드 사건도 재수사가 진행돼 결국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코스비는 1980년대 중산층 흑인 가정의 일상을 담은 드라마 ‘코스비 가족’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는 흑인들의 영웅이자 미국의 모범적인 아버지상으로 떠올랐다. 흑인사회에 강연을 나가고 공익광고를 찍는 등 사회적 활동에도 앞장섰다. 시카고트리뷴은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에미상 골든글로브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의 경력은 모두 무너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