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마블 최초 빌런 히어로, 그런데 신선함은 어디로 [리뷰]

소니픽쳐스의 마블 유니버스(SUMC)를 여는 영화 ‘베놈’에서 베놈(왼쪽)이 동네 불량배를 제압하는 장면. 베놈은 ‘스파이더맨’과 함께 향후 세계관을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소니픽쳐스 제공
 
‘베놈’의 극 중 장면들. 영화가 끝난 이후 쿠키영상은 1개 나온다. 소니픽쳐스 제공


외양부터 흉측하기 짝이 없다. 허옇게 쭉 찢어진 눈, 탐욕스럽게 움직이는 기다란 혀, 삐죽빼죽 날카롭게 솟아난 수십 개의 이빨, 핏줄이 훤히 드러난 근육질의 검은 피부…. 강렬한 그가 왔다. 스파이더맨의 숙적이자 마블 최초의 빌런 히어로(villain hero·악당형 영웅), ‘베놈(Venom)’이다.

베놈의 등장을 고대한 팬들이 적지 않을 테다. 미국에서는 스파이더만큼이나 인기가 높은 마블 코믹스 캐릭터다. ‘마블의 나라’ 한국 역시 일찌감치 술렁였다. 예매율 1위를 유지해 오던 영화 ‘베놈’은 3일 개봉과 동시에 ‘암수살인’ ‘안시성’ ‘협상’ 등 한국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다만, 관객들의 높은 기대감을 이 영화가 완전히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이십세기폭스가 아닌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갖고 있는 소니픽쳐스가 선보인 작품. 전개가 빤한 히어로물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다소 평이한 스토리와 초중반 늘어지는 속도감이 발목을 잡는다.

영화는 열혈 기자 에디 브록(톰 하디)이 불법 임상실험을 자행하는 거대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에 잠입했다가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의 기습 공격을 받고 그의 숙주가 되면서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베놈’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를 먹잇감으로 삼고, 그에 기생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심비오트. 그들의 목표는 종족을 지구로 데려와 이 행성을 잠식해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정의로운 에디와 공생관계가 된 베놈은 마음을 고쳐먹고 지구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탠다. 악당도 영웅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중적 면모는 기존 히어로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것이라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런 괴리가 유머로 승화되기도 한다. 무시무시했던 베놈이 “배고파” 등의 인간적인 대사를 내뱉을 땐 절로 웃음이 터진다. 귀엽기까지 하다. 다소 혐오스러울 수 있었던 캐릭터에 친근감을 부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베놈이 별다른 계기도 없이 정의의 편에 서게 되는 흐름은 매끄럽지 않다. 서사의 이음새가 어딘지 엉성하다는 느낌을 준다. 장황한 초반 설명은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한다. 에디가 실직을 하고 연인인 앤 웨잉(미셸 윌리엄스)에게마저 버림받는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인물 구성도 평면적이다. 사명감과 정의감이 넘치는 에디는 히어로의 자질을 충실히 갖춘다. 여성 캐릭터인 앤은 그리 돋보이지 않고, 그릇된 신념으로 똘똘 뭉친 라이프 파운데이션 CEO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는 기존 히어로물에서 흔히 보던 나쁜 놈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액션신은 시원시원하고 독창적이다. 정해진 형태 없이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베놈의 신체 능력이 십분 활용된다. 몸에서 촉수가 발사되거나 손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하는 건 예사. 후반부 추격 장면이나 드레이크를 숙주로 삼은 라이엇과의 결투신이 압권이다. 107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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