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만화 같은 이 생명체, 뭐지?

이즈미 카토 ‘Untitled’1,2. 캔버스에 유채. 2018. Galerie Perrotin


스필버그의 영화 ‘E. T’의 외계인을 연상케 하는 두상이다. 마스크를 쓴 것도 같고, 변종 생물체 같기도 하다. 자세히 보니 눈, 코, 입이 전부 있다. 얼굴을 뒤덮은 물감층은 감정 상태에 따라 순식간에 흘러내릴 듯하다. 왼쪽은 소녀, 오른쪽은 소년이리라. 상상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의 생명체를 그린 작가는 일본의 이즈미 가토(1969∼)다.

가토는 도쿄의 유서 깊은 무사시노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홍콩과 도쿄를 오가며 활동한다. 그의 작품에는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비현실적이고 의인화된 형체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기이한 생명체들은 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거나, 긴 팔다리로 애처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붓 대신 두 손으로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며 그림을 그린다. 또 나무조각과 돌조각으로 작업의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가토의 작품은 우리를 감수성의 세계로 이끈다. 아프리카의 민속조각처럼 원시적 에너지로 가득 찬 그 세계는 낯설면서도 친숙하다. 그 이중성 때문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유치하지만 왠지 사랑스러운 가토의 형상들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팬이 많다. 2007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돼 주목받은 이래 프랑스의 퐁피두 메츠, 일본의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 독일의 베를린 다임러컨템포러리에서 작품전을 가졌다.

가토가 만들어낸 형상은 미술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해방감을 선사한다. 작가는 요즘 자연에서 발견한 돌들을 연결하고, 색을 칠해 특유의 생명체를 만들고 있다. 그 작업은 아기처럼 천진난만하다. 최근 파리, 홍콩, 뉴욕에서 개인전을 가진 작가는 서울에서도 작품전(페로탕갤러리)을 열고 있다. 한국에서 수집한 돌로 만든 신작도 볼 수 있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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