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문화재였던 태조 이성계의 아들 ‘익안대군의 영정’(사진)이 18년 만에 전주이씨 종중의 품으로 돌아갔다. 문화재청은 충남 논산 전주이씨 종중에서 도난당했던 익안대군 영정 1점을 회수해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반환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영정은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29호로 지정돼 있다.

전주이씨 종중의 영정각 안에 있던 익안대군 영정은 2000년 1월쯤 도난당했다. 전주 이씨 종가는 현상금을 걸고 영정을 찾았지만 오리무중이었다. 이후 관련 절도범과 유통상은 검거됐지만 영정은 찾지 못했다. 이를 뒤좇던 문화재청 사법단속반은 지난해 영정이 국내에 숨겨져 있다는 첩보를 입수, 유통업자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지난달 영정을 회수했다.

익안대군 영정은 이성계의 셋째 아들 방의(1360∼1404)의 초상화다. 조선시대 도화서 화원 장득만이 원본을 참고해 새로 그린 이모본(移模本)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사대부 초상화의 전형적인 형식과 화법으로 그려져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익안대군은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 때 태종 이방원을 도와 정도전 세력을 제거했다. 조선왕조실록은 그에 대해 ‘성질이 온후하고 화려한 것을 일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이르면 술자리를 베풀어 문득 취하여도 정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도난문화재는 장기간 은밀하게 유통돼 회수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2007년 문화재 선의취득을 배제하는 문화재보호법 99조 4항이 신설되면서 도난 시점과 관계없이 회수 가능하게 됐다. 이 조항은 장물이나 지정문화재인지 모르고 문화재를 매입했더라도 매입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