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재(41·전북장애인체육회)는 100m 결선 출발선에 선 8명의 선수 중 나이가 가장 많았다. 앞서 열린 200m 결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0m 결선과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2개 대회 연속 2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전민재는 1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에서 14초98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넘었다. 지난 8일 여자 200m 금메달에 이은 대회 2관왕이다. 2014년 인천대회에서와 마찬가지로 100m, 200m에서 아시아를 연속 제패했다.
이날 레이스는 전민재의 독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량 차이가 컸다. 전민재는 2위 유준라이(홍콩·16조28), 3위 왕단(중국·16초46)과 1초 이상 차이를 벌리며 시종일관 레이스를 주도했다. 전민재는 경기 후 “마지막 아시아경기대회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했다”고 말했다.
5세 때 뇌염으로 뇌병변 장애를 얻은 전민재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03년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육상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 장애인 육상을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전민재는 2012 런던 패럴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200m에서 연속 은메달을 따냈다.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선 2010 광저우대회에서 100m와 200m 은메달을 땄고, 인천에선 2개 종목 모두 시상대 가장 위에 섰다.
런던 패럴림픽,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리우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딴 후에는 잘 사용하지 못하는 손 대신 발로 직접 소감을 써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선 발목이 아파 휴대전화로 소감을 전하고 있다. 그는 200m에서 금메달을 딴 후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고, 장애인 육상은 더욱 사람들 관심 밖이지만 저희도 똑같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훈련 받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대회 시작 전 “이번 대회 목표는 2위”라고 했던 전민재는 아시아경기대회 2회 연속 2관왕에 오르면서 그의 최종 목표인 도쿄 패럴림픽에서의 활약 가능성도 높였다. 활약이 이어지는 비결에 대해 그를 지도한 신순철 감독은 “민재에게 육상 트랙은 ‘놀이터’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하고 경기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따르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자카르타=공동취재단,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